배재학당, 내년 서거 60주년 동상 제작… 설치 장소 관심
1987년 최초 설치 이래 철거·재설치 반복하며 갈등 빚어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학교법인 배재학당이 내년 설치를 목표로 이승만(1875~1965) 초대 대통령 동상을 제작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배재학당이 운영하는 배재대에서 이승만 동상 설치와 철거가 반복됐던 만큼, 내년 새로 생기는 동상이 어디에 위치하게 될지 주목된다.
24일 배재학당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탄생 150주년과 서거 60주년인 2025년을 맞아 ‘우남 이승만 건국대통령 동상(좌상)’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배재학당 2024년 3차 이사회에서도 동상 제작이 약 80% 진행됐고 내년 제막식을 예정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배재학당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동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 맞다”며 “80% 진행은 (형태를 뜨는) 기초 작업을 말하는 거고 주물은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배재학당 출신이다. 학당이 소유한 배재대에는 그의 호에서 딴 부속건물 ‘우남관’ 앞에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초대 수반으로서 근대국가의 기틀을 마련했으면서도, 독재로 장기집권하며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한다.
공과 과가 극명하게 갈리다 보니 배재대 내 이승만 동상은 37년 전부터 세 차례의 설치와 두 차례의 철거를 반복하며 갈등을 빚어 왔다.
1987년 2월 졸업생 명의로 처음 세워진 동상은 그해 6월 민주항쟁을 맞으며 ‘학교에 독재자의 동상이 있으면서 독재 타도를 외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학생들에 의해 곧바로 사라졌다.
이후 1990년 배재대는 학교 창고에 보관 중이던 이승만 동상을 다시 건립했고, 학생들이 계란과 페인트를 끼얹는 등의 철거시위를 계속하자 1997년 자진 철거했다.
하지만 2008년 배재대와 배재학당 총동창회는 건국 60주년과 학교 개교기념식을 겸해 초대 대통령 동상을 다시 학교에 드러냈다.
그해와 2018년 철거 시위가 두 차례 전개됐지만 이승만 동상은 여전히 학교에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설치와 철거를 반복해 온 이승만 동상이 다시 한 번 배재대에 들어서게 될 경우, 이를 둘러싼 학내와 지역사회 내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08년과 2018년 동상 철거 시위에 나섰던 김종서 배재대 명예교수는 “지금 학교에 있는 동상도 철거해야 마땅한데 무슨 새 동상인가”라며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배재학당은 동상을 먼저 제작한 후에 설치 장소를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배재학당 관계자는 “내년을 목표로 제작 중일 뿐 위치를 포함한 세부 계획은 아직이다”고 설명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