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한파 복지시설 후원금 감소
정서 약화… 기부문화 저변 확대 필요
기업 이윤 사회환원 문화도 확산돼야
[충청투데이 김동진 기자] 적막하다. 밖에서만 보면 건물만 덩그러니 서 있는 듯. 명절이라며 모두들 들떠 있는 것과 달리 고독한 복지시설 정경(情景)이 그러하다.
이들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명절이면 마음이 더 처연해진다.자식들도 먹고살기 바쁜 게 현실이어서 명절이라고 해서 찾아오지도 못하니. 단신(單身)의 노인들은 그나마 안부전화라도 받는 노인들이 부럽기만 하다.
아이들도 다르지 않다. 마냥 뛰어놀아야 할 나이이건만, 세상 시름 다 짊어진 듯 표정이 어둡고 눈치만 살핀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여파에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소득은 줄어드니 어려운 이들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까닭이다.
세상이 참 퍽퍽해지고 막막해지는 듯하니 덩달아 서글퍼진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요보호 노인들도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2018년 전체 인구중 4.2% 정도였으나, 2022년 5.7%로 1.5%p 증가했다.
홀로사는 노인도 비례하고 있다. 같은 기간 144만 4588명에서 197만 3416명으로 급증했다.
노인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수도 동기 23만 3152명에서 36만 5691명으로 크게 늘었다.
청소년복지시설 입소정원도 계속 늘고 있다. 2018년 80명에서 2022년 202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 수는 소폭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도 1만명이 넘는 아동들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식 등록된 복지시설 인원만 그렇다보니, 가출이나 방치 등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인원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시설들은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보조금을 지원받기도 하지만, 후원금 없이는 시설 운영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민생경제가 위축되면서 개인이나 단체 등의 후원금이 감소, 시설 운영이 버겁기만 하다. 일부 복지시설이나 모금단체의 부정행위 등으로 기부문화가 위축된 것도 한 요인이다.
충북지역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한 복지시설은 올들어 후원금이 전년 대비 10% 정도 줄었다고 한다. 특히 개인 후원자들이 크게 줄었다는 게 시설 관계자의 설명.
그나마 모금단체 등의 지원으로 겨우겨우 꾸려나가고 있다.
규모가 있는 복지시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후원금에 의존하는 소규모 복지시설 등은 후원금 감소에 따라 부득이 운영 인력을 줄이거나 수용 인원을 축소하는 사례도 있다.
위문을 오는 사람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람이 유독 그리운 명절 때면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자식들이 있는 요양원 입소자들도 다르지 않다. 먹고 살기 바빠서 못오는 자식들도 있지만, 가족여행 등으로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도 적지 않다.
명절이라고 고향에도 못간 채 이들을 돌보는 시설 종사자들의 마음이 더욱 서글퍼지고 애처로워지는 건 인지상정일 터.
‘자선은 희생을 동반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선이 된다. 여분의 것을 주는 것은 오히려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톨스토이의 교훈처럼, 내 삶이 힘들거나 버거울수록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는 ‘희생의 마음’이 절실해지는 때다.
때론 희생이 행복과 감동으로, 자신을 채근하는 동기부여로 돌아오리니.
김동진 선임기자 ccj170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