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대전여성영화제 일주일도 안 남기고 요구
“상영작 검열, 표현 자유 침해하는 차별행위”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대전지역 여성단체가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대전여성영화제의 상영작을 두고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나온다는 이유로 상영 중지를 요구한 대전시를 규탄하고 나섰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2일 오전 11시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양성평등주간 영화제에서 상영 예정인 영화 ‘딸에 대하여’를 상영작에서 제외하라고 요청한 시를 비판했다.
박이경수 대전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이달 첫 주 양성평등주간 행사 시작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시는 대전여성영화제 상영작을 성소수자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문제 삼으면서 해당 영화의 상영 중지를 요구했다”며 “단체는 지난달 30일 시와 면담을 통해 해당 영화 상영의 의미를 설명하고 협의하고자 했으나 ‘여러 곳에 민원이 들어왔고 성소수자 문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어 양성평등주간에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른 영화로 대체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올해 대전여성영화제의 장편부문 상영장인 이미랑 감독의 영화 ‘딸에 대하여’는 2017년 출간된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 소설은 제36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고 영화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상,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과 CGK촬영상,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시가 지정사업인 ‘2024년 대전여성영화제’의 상영작을 검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차별 행위라는 것이 대전여성단체연합의 주장이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시의 영화 상영 중지에 반대 의사를 밝히기 위해 양성평등주간 보조금 전액을 보이콧하는 한편 행사 재정 마련을 위한 시민 후원금을 모금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철웅 목원대학교 연극영화영상학부 교수는 “영화 ‘딸에 대하여’는 단순히 성소수자의 문제를 넘어서 인권의 문제”라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시간 강사, 무연고 노인, 성소수자는 이 땅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을 상징한다. 양성평등 주간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온 역사를 부정하고 차별을 금지하자는 취지지만 시의 요구는 양성평등의 근본적인 취지를 거스르는 반인권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