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대리 변호사 위촉 자격·수임 건수 게재 등 규정 안 지켜
공사측, 소송 관련 내규 존재도 몰라… 무리한 소송 눈총도

천안도시공사 전경. 천안시 제공.
천안도시공사 전경. 천안시 제공.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청소·경비 노동자들과 복리후생비 지급을 두고 법적다툼을 벌이는 천안도시공사가 내부 규정을 무시한 채 소송을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 11월 7일·9일자, 2024년 1월 15일·17일자, 2024년 8월 23일자 12면 보도>

27일 천안도시공사(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소송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정한 ‘소송사무처리내규’를 두고 있다. 이 내규는 공사의 전신인 천안시시설관리공단 시절 만든 규정을 대부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내규를 보면, 공사가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거나 피소됐을 경우에는 변호사를 소송 대리인으로 위촉해 소송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소송대리 변호사의 위촉 자격을 ‘천안지역에 개업 중인 변호사’로 제한했다.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 관급 공사에 지역업체 참여를 의무화 시키는 조례 등을 참고한 규정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공사는 소속 노동자들이 제기한 ‘임금 등의 지급’과 관련된 민사 소송에서 지역이 아닌 서울의 A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했다.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내규에는 또 소송수행 변호사 위촉현황과 사건수임 건수는 공사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명시됐다.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규정을 무시하고 소송을 강행했던 공사는 기대했던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2월부터 1년 6개월여 간 이어진 재판에서 정작 공사 측이 주장했던 내용은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다.

‘기본급에 효도휴가비 상당이 포함되어 변제되었다’는 등 5가지 주장에 대해 판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노동자들이 신청한 미지급금 2억 1724만 원을 모두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미지급금 지연이자에 대한 발생 시점과 향후 이자 비율 등을 판결문에 명시했다.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일부 노동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승소가 어려운 사건을 무리하게 소송까지 끌고간 게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이미 노동청의 조사에서도 지급 명령이 나왔고, 결과적으로 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노무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판 기간 체불임금에 대한 지연이자가 누적됐고 법무 비용까지 계산하면 상당한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이번 소송을 통해 공사가 얻은 이득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공사 측 관계자는 “소송과 관련한 내규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항소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는 “판결문을 분석해서 이자에 대한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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