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녹영 대전·세종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수년째 기업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바로 인력난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지방 기업들은 이 문제로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력 부족률은 2.8%(31.6만명)에 이르고, 제조 중소기업은 3.3%(8.6만명)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인력난은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의 결과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저출생·고령화와 수도권 선호, 그리고 MZ세대의 기피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먼저 저출생·고령화의 영향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지방 기업들의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청년들은 수도권을 선호해 지방을 떠나면서 지방은 인력의 공백이 커지고 있다. 또 MZ세대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며, 힘든 일이나 육체적인 노동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제조업과 같은 전통적인 산업은 점점 더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많은 젊은이들이 대기업, 공기업과 같은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면서 중소기업은 인재 유치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난 문제는 단기에 해결이 어려운 취업 기회, 교육·문화시설, 생활편의성, 사회적 네트워크 등 복합적 요인이 상호작용한 결과며, 구직자 입장에서는 개인의 효용 극대화를 위한 합리적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지자체가 그간 많은 노력을 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현실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 방안이 될 수 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꾸준히 증가해 올해 5월 기준 약 17만명(D-2)에 달한다. 대전도 외국인 유학생(2023년 4월)이 1만 587명(석·박사 3203명)이나 된다. 하지만 졸업 후 국내 취업은 10% 미만으로 저조하다. 이들은 한국어능력과 함께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한국에서 취업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국내 취업희망 비율 35.4%). 한국이 좋아 찾아온 유학생의 정착을 가로막는 장벽을 해소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기업의 인력난 문제, 특히 전문 인력 부족 문제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달 외국인 유학생 활용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유학생 간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외국인 유학생 전용 매칭플랫폼 구축, 온·오프라인 취업박람회 확대, 기업 수요에 맞는 맞춤형 인재의 양성과 공급, 졸업 후 취업이 용이하도록 비자제도의 개선 등을 주요 내용을 한다.

지방 기업의 인력난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난제다. 이제는 단순근로인력의 도입 차원을 벗어나 전략적 인적 자원 확보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우수 인재가 처우가 더 좋은 해외 글로벌 기업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인력 공급도 국경을 넘어 글로벌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의 인적자원으로써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이번 정부 대책이 소기의 성과를 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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