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 과학과 방송 분리하는 국회법 개정안 발의 예고
과방위 전체회의 16차례 중 과학기술법안소위 한번도 안열어
과기계 “분리 환영하지만 가능성 낮을듯… 지원책 강화돼야”
[충청투데이 김대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에서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을 분리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10년 전부터 이어진 과방위 분리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방송 이슈’를 놓고 여야가 과방위에서 극한 대립을 이어오면서 방송 문제에 묻혀 상대적으로 과학 정책과 현안이 국회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연구 현장의 불만이 더해지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최수진(비례) 의원은 최근 국회 상임위에서 과학과 방송·통신을 별도로 분리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소관하고 있는데 추가로 미디어위원회를 신설해 방송·통신 분야를 별도 상임위로 분리하는 것이 골자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그동안 과방위는 ‘방송 4법’ 처리를 비롯해 방송과 언론을 둘러싼 극심한 소모적 정쟁으로 인해 과학기술법안소위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현재 과방위의 전체 소관기관은 81개에 달하지만 이 중 10%에 불과한 방송과 통신 영역 8개 기관에 모든 이슈들이 집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가 16차례 열리는 동안 과학기술법안소위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소모적 논쟁에 빠져 있는 방송을 과학기술과 분리하고 과학기술 진흥과 지원책을 강화하는 특단의 제도적 보완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법안을 발의한 최 의원은 방송 이슈로 인해 과학기술과 R&D 분야 지원을 위한 정책이 실종되고 AI, 반도체, 첨단바이오 등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략적 투자와 핵심 인력 양성이 절실함에도 상임위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법안 발의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목소리는 비단 정치권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현장에서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과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 주도로 출범한 국회 AI포럼에서도 이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센터장은 방송 이슈로 인해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과학과 방송의 분리를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과방위에서 과학과 방송이 분리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2022년에도 과방위의 여야 극한 대립을 지켜보던 김진표 전 의장이 과방위 분리를 제안했지만 국민의힘 측에서 ‘미봉책’이라며 수용하지 않은 바 있다.
과학기술 연구현장 종사자들은 과방위 분리를 환영하면서도 현실적인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최연택 공공과학기술연구노조 위원장은 "여야 대립으로 과학영역까지 발목이 잡히고 있는 상황에서 과방위 분리는 환영할 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연구기관 국정감사는 이틀간 진행되며 연구 현장의 정책과 이슈가 관심있게 다뤄졌었는데 지금은 하루도 아닌 반나절만에 50여개 기관을 감사하고 있다"면서 "국가 미래를 책임질 과학 관련 정책과 이슈가 그만큼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임위 분리 문제를 떠나 국회가 과학기술 정책과 이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상시기구 설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