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국립한밭대학교 스포츠건강과학과 교수
뜨거운 여름, 국민들을 열광으로 몰아넣었던 파리 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은 모든 선수들의 꿈의 무대로 우리는 그들이 4년간 갈고 닦은 화려한 퍼포먼스에 매료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스토리에 감동을 느낀다. 올림픽이 인기 있는 이유다.
그러나 선수들의 퍼포먼스는 우리가 올림픽에 열광하는 이유의 핵심은 아니다. 그 뜨거운 열광의 기저에는 국가 정체성, 쉽게 말해 ‘내팀’이라는 인식이 밑바탕이 된다. 나의 조국, 그리고 조국을 대표해서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열렬히 응원하고 그들에게 동일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국가 정체성으로 대표되는 스포츠 내셔널리즘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오랜 기간 존속할 수 있었던 핵심 원리이며, 이는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주제다. 이번 올림픽에서 펜싱 오상욱 선수의 이름 표기 사고, IOC 공식 SNS 계정의 태권도 영상에 유도(#Judo) 표기 사고 등은 우리 국민들의 큰 공분을 샀으며,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을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소개하는 대형 실수의 국면에서는 바흐 IOC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국가와 사람 그리고 스포츠 종목의 이름은 정체성이고 대표성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유명사로 그것이 갖는 중요성을 우리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재확인했다.
국립한밭대학교는 2027년,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는 전통 있는 대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 글로컬대학30’ 선정을 위한 충남대학교와의 통합 과정에서 국립한밭대학교의 교명을 양보하는 결단을 했다.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대학이 교명을 양보하는 것은 모든 것을 양보하는 것으로, 이는 유구한 역사와 함께해 온 동문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정체성을 담보로 대학의 미래를 선택한 뼈를 깎는 고통의 결단이었다. 이보다 더한 것을 요구받는다면 이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요,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이다.
어느 한쪽을 탓하거나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니다. 통합의 취지는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해 기성세대가 조금씩 희생하고 함께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유도 결승에서 패배했지만 값진 은메달을 획득한 김민종 선수는 "아직 하늘을 감동시키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혁신의 취지로 시작된 통합의 과제였던 만큼 통합 과정 속에서 절실함과 신뢰감 부족으로 서로를, 그리고 구성원들을 감동시키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양 대학은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에 봉사하는 의무를 가진 국립대학이다. 서로 경쟁하되 존중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힘을 합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다시 한번 통합의 물꼬가 터질 것이라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