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더위쉼터 모르는 시민들
대전 무더위쉼터 총 935곳 지정
경로당·공공기관 등 지정됐어도
대부분 모르거나 이용하기 불편
진짜 쉼터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2일 오전 송촌동 행정복지센터 입구에 게재돼 있는 무더위 쉼터임 팻말. 사진=함성곤 기자
2일 오전 송촌동 행정복지센터 입구에 게재돼 있는 무더위 쉼터임 팻말. 사진=함성곤 기자
2일 오전 송촌동 행정복지센터 내부는 민원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민들만 있을 뿐 휴식을 위해 방문한 시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함성곤 기자
2일 오전 송촌동 행정복지센터 내부는 민원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민들만 있을 뿐 휴식을 위해 방문한 시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함성곤 기자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무더위쉼터?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네. 어디로 가야 돼유?”

뙤약볕이 내리쬐던 2일 오전 대전 대덕구 송촌동 인근.

34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노점을 열고 나물 거리를 판매하던 이 모(67)씨는 무더위쉼터를 아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특히 이 씨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불과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 무더위 쉼터 중 하나인 송촌동 행정복지센터가 있었지만,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직접 방문해본 센터 내부는 숨이 턱턱 막히던 외부와는 달리 에어컨 여러 대가 가동돼 쾌적하고 시원한 공기가 맴돌았다.

해당 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35명이다.

하지만 센터 입구에 걸린 ‘무더위쉼터’ 팻말이 무색하게도 이곳에서 더위를 피하는 시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민원 업무를 보기 위해 센터를 방문한 시민들조차 센터의 쉼터 기능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쉼터 공간이 따로 마련되지 않아 기존 민원인 대기 좌석을 이용해야 하고 민원 창구를 마주하고 있어 쉼터로 인식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근처 야외 근린공원 정자에서 만난 천 모(83)씨는 “노인들이 가서 덥다고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거기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좋아하겠나”며 “경로당도 매일 열지 않다보니 지금처럼 그늘 밑에서 쉬거나 대중교통을 타며 더위를 피하곤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전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에서 파악하고 있는 무더위쉼터는 총 935곳이다.

시설 유형별로는 △경로당 711곳 △공공기관 112곳 △행정복지센터 82곳 △지하철역 및 도서관 24곳 △보건소 6곳 등이다.

에너지 취약계층 대부분이 노인인 만큼 경로당이 무더위쉼터로 가장 많이 지정돼 있지만 이마저도 대다수가 등록된 회원만 이용할 수 있고 매일 열지 않는 곳도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무더위쉼터가 있어도 이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마음 편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진짜 ‘쉼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리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만난 안 모(55)씨는 “안내 한 번 하지 않으니 당연히 몰랐다. 근데 알아도 남들 일하는 곳에서 어떻게 마냥 떠들고 쉴 수 있겠나”며 “(행정복지)센터 안에 공간을 마련해주던지 해서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쉼터가 됐으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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