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거 주민 65.3% 기초생활 1종 수급자
대전역 인근 동구 정동에 쪽방생활인 많아
장기간 살았다면 빈곤 노출돼 무기력 느껴
고독사 연결 가능성… 정서 지원 같이 필요

 

대전쪽방상담소 등록 주민 현황. 그래픽=김연아 기자. 
대전쪽방상담소 등록 주민 현황.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요즘처럼 폭우,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이나 뼈가 아리도록 추운 겨울이면 쪽방생활인 등 비주거 주민들의 생존 사투가 이어진다. 보증금도 없이 몇 만원의 월세를 내고 한 몸 겨우 뉘일만한 방을 얻었지만,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작은방은 비주거 주민들의 완전한 주거 공간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전역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은 몇 년째 답보 상태이고 먹거리 물품 등 후원은 매해 줄어들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대전지역 쪽방촌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쪽방생활인들의 주거와 삶을 고민해 봤다. <편집자주>

대전지역 쪽방생활인 등 비주거(인적·물적) 주민이 600여명에 달하는 가운데 그중 65.3%가 기초생활 1종 수급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대전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상담소에서 사례 관리 중인 등록주민(쪽방생활인,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 생활인)은 총 616명이다.

구체적으로 △쪽방생활인 370명 △주거취약계층 93명 △임대주택 생활인 66명 △매입 임대 87명 등이다.

지역별로는 동구지역에 쪽방 등 비주거 건물이 332동, 쪽방 1002개, 생활자 448명 등으로 가장 많았다.

중구 및 기타 지역은 건물 43동, 쪽방 279개, 생활자 168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전역 인근 원도심인 동구 정동(130명), 삼성동(57명), 중동(26명) 등에 쪽방생활인들이 몰려 살고 있다.

이밖에 임대주택(매입 임대) 생활인도 동구가 103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구 39명, 대덕구 6명, 서구 4명 유성구 1명 등이 뒤를 이었다. 대전 쪽방생활인 616명 중 남성은 491명, 여성이 125명으로 조사됐다. 쪽방의 사전적 정의는 1~3평짜리 보증금이 없는 월세방이지만, 집으로 보기 힘든 주택이나 주택 이외의 거처(여관, 여인숙, 모텔, 찜질방, 만화방,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를 대표하는 명칭으로 쓰이고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쪽방이라는 명칭보다 ‘비주거(비적정주거)’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게 상담소의 설명이다.

대전쪽방상담소 관계자는 "물리적 환경이 비주거에 해당하는 경우 쪽방생활인으로, 물리적 주거환경은 비주거에 해당하지 않지만 생활환경, 인적·물적 인프라가 쪽방생활인과 겹치고 생활 방식이 유사한 경우 주거취약계층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비주거 공간에서 생활하다가 공공매입 임대주택에 입주한 생활인의 경우 주거상향을 이뤘지만 생활 방식이 달라지지 않아 사례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임대주택 생활인으로 분류해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쪽방상담소 등록주민 가운데 기초수급 대상자가 대다수로 의·식·주 모든 면에서 빈곤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등록주민 616명 중 기초수급 1종 대상자는 402명으로 전체의 65.3%에 달했다. 또 2종 대상자도 89명으로 전체의 14.4%였고 비수급자는 20.3%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비주거 주민들이 겪는 빈곤 문제가 도미노처럼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안전한 주거 제공, 정서적 도움 등 다각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혜경 나사렛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쪽방촌 진입 초기라면 일자리 등의 방법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살았다면 이미 장기간 빈곤에 노출돼 무기력감 등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며 "오랜 기간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생활을 유지해 왔다는 것은 우울감, 사회적 단절 등 정서적으로도 고립돼 고독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서적 지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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