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안산동 기점지 휴게실 가보니
5평 남짓 비좁고 식사·휴식 공간 분리 안돼
음식 관리 인력 따로 없어 위생 상태도 심각
상한 음식 먹고 배탈도… 시민 안전 빨간불

21일 오전 11시경 방문한 유성구 안산동 시내버스 기점지의 휴게실 버스 기사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공간이 협소해 파티션으로 휴게 공간과 식사 공간을 구분해놓은 모습. 사진=함성곤 기자.
21일 오전 11시경 방문한 유성구 안산동 시내버스 기점지의 휴게실 버스 기사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공간이 협소해 파티션으로 휴게 공간과 식사 공간을 구분해놓은 모습. 사진=함성곤 기자.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속보>=시내버스 기사들이 휴식과 식사 등을 해결하는 버스 기점지가 열악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어 기사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6월 4일자 1면, 3면 등 보도>

최근 강도 높은 근무환경과 낮은 임금 등으로 운전대를 내려놓는 기사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기존 기사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지역 시내버스 업계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 안산동 소재 시내버스 기점지의 휴게실을 이용하는 기사들이 제대로 쉴 수도 먹을 수도 없는 환경에 처해 있어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해당 지역을 직접 방문해 확인해본 결과, 안산동 기점지에는 약 5평 남짓한 공간의 휴게실이 마련돼 있었다.

협소한 휴게실에서 식사가 이뤄지다 보니 실내는 음식물 냄새로 뒤덮여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모습이었고 음식을 관리하는 인력이 없어 위생 상태 또한 심각한 상태였다.

뚜껑이 덮이지 않은 반찬통 틈 사이로는 파리 등 해충이 드나들었고 휴게실 내부 청소와 유지보수도 이뤄지지 않아 휴식 공간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듯했다.

이밖에도 급격히 더워진 날씨로 음식 관리가 제때 되지 않아 음식이 상하는 등 기사들이 배탈이 나는 문제도 있다고 기사들은 지적했다.

오전 운행을 마치고 휴게실을 찾은 50대 시내버스 기사 A씨는 “며칠 전 한 음식에서 쉰 냄새가 나 기사들끼리 저 음식은 먹지 말라고 공유했었다”며 “근데 관리자가 없다보니 이 소식을 모르고 밥을 먹은 동료 기사가 배탈이 나서 한동안 고생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는 1년 전 기존 기사식당이 운영난 등의 이유로 폐업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이후 휴게실 한 켠에 출장뷔페 공간을 마련했지만 처음부터 식당으로 마련된 공간도 아니고 외지에 위치하다 보니 점차 관리에 소홀해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휴게실 환경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전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문제를 인식하고 식사와 휴식 공간 분리를 위해 컨테이너 등 가설 건축물 설치를 시에 요청한 바 있다.

시는 유성구청에 조합의 민원을 전달했으나 해당 지역은 안산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시가화조정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일반건축물 개발이 제한된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해당 기점지가 외곽에 있어 식당 업체도 들어오지 않으려 하고 건축물 설치도 안 된다고 하니 시스템 개선에 어려움이 있다”며 “우선 기사들의 불만이 큰 만큼 위생 등 환경 개선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는 기사들의 복지와 더불어 안전과도 직결된 사항인 만큼 개선을 위해서는 유연한 제도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천홍 대전지역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사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해질수록 결국 시민 안전과 대중교통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며 “대전 시내버스는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환경 개선을 위한 조합과 시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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