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어르신 무임 교통 지원에 승객 급증
지켜야하는 도착시간은 그대로… 부담 높아
긴 교육 대기·채용 홍보 부족 인력난 가중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충청권 시내버스 업계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버스 기사들의 근무환경과 처우 문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운수회사는 기사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운전기사들은 줄어든 근무자로 인해 강도 높은 근무 환경에 시달리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관심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3일 지역 시내버스 기사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해보니, 일선 시내버스 기사 퇴직률이 증가하는 이유로 현직 기사들은 크게 고령 승객 증가에 따른 안전사고 부담 증가와 악성 민원에 대한 책임, 근무 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 등을 꼽았다.
이장우 대전시장의 민선 8기 공약사업 중 하나인 ‘만 70세 이상 대전시 어르신 무임 교통 지원’이 지난해 9월부터 실시되면서 고령 승객이 급증했지만 버스가 지켜야 할 시간은 그대로다보니 이는 곧 기사들의 부담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과거 마스크 미착용이나 반입금지 물품으로 인한 승차 거부 시 승객과의 실랑이로 이어지거나 의도적으로 악성 민원을 반복해서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대전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일을 하고 있는 이모(60) 씨는 "운전하는 것보다 사람 상대하는 게 더 힘들 때가 있다"며 "얼마 전에는 버스에 사람이 가득 차 탑승이 어렵다고 얘기했는데도 기사가 탈 자리가 있는데 태워주지 않았다며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버스 기사 모집공고에 대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관련 교육기관이 적어 버스기사를 희망해도 쉽게 진입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현재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노선버스 운전자 양성을 위해 경기 화성과 경북 상주에서 운수종사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업계 운전자 부족난이 전국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 숫자가 적고 교육을 신청하고도 2~3개월 이상 대기해야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군 전역 후 버스 기사의 길을 걷게 된 손모(38) 씨는 "전역 후 운전 경력을 쌓기 위해 화성 교통센터에 교육을 신청했는데 대기만 2개월이 걸려 당장 생계 걱정에 포기할까 했었다"며 "수료 후 대전 버스회사에 지원하려 했지만 공고를 찾지 못해 일일이 전화로 채용 여부를 확인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안정적인 기사 수급을 위해 버스 회사별로 인력을 뽑는 기존 방식보다는 시 차원에서 필요 인원을 취합해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배분하는 형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천홍 대전지역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 버스 회사들이 공채보단 수시채용이나 지인 소개에 의해 기사를 모집하고 있는데 이는 인력난을 더욱 가중되는 구조"라며 "시가 주도적으로 기사 채용을 진행한다면 같은 조건이라도 현재보다 많은 인원이 지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