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성구 버스 차고지 가보니
‘중간지점 통과 시간’ 평가 항목 중 하나
출퇴근 시간 신호대기로 정차시간 늘어
시간에 쫓겨 식사 못하는 기사들도 많아
휴게실은 컨테이너로 마련돼 매우 열악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이전 운행이 늦게 끝나서 오늘은 도착한 지 20분 만에 밥 먹고 다시 나가는 길이에요. 시간에 쫓겨 밥도 못 먹고 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지난달 31일 오후 5시경 대전 유성구 소재 한 버스 차고지에서 만난 시내버스 기사 이성철(가명) 씨는 차고지 식당에서 대충 끼니를 해결하고,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이날 이 씨가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대전종합 유통단지에서 출발해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도마동을 거치는 도로를 달려 정부대전청사 광장에서 회차하는 노선으로 1회 운행에 2시간에서 2시간 20분가량 소요되는 코스다.
오후 5시20분경 두번째 운행을 시작한 이 씨의 버스는 몇 분이 지나지 않아 퇴근하는 시민들로 인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 씨는 "승객들이 많이 타는 출퇴근 시간대는 정차 시간이 길어 신호등에 자주 걸리게 되는데 한두 번 걸리기 시작하면 도착 예정 시간에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거장 별로 정해진 중간 도착 시간을 지키기 위해 나도 모르게 과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대전시는 ‘중간 지점 통과 시간’을 시내버스 서비스 평가 항목 중 하나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버스별로 주요 정차 지점에 예상 도착시간을 정해놓고 지정된 시간에 버스 도착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인데 시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평가 결과를 종합해 회사별 성과급 지급 규모를 판단하고 있다.
그는 "회사도 시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에 차등이 생기니 아무래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오후 6시가 지나자 도로는 퇴근하는 차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대에 운영되는 버스전용차로에도 일반 승용차들이 줄지어 운행해 이 씨의 버스가 통행에 방해받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비슷한 노선을 달리던 한 버스 기사의 접촉 사고를 목격한 이 씨가 동료 기사에게 안타까운 안부를 건네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어느덧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2회차 운행을 마친 이 씨가 휴식을 위해 방문한 휴게실 환경은 매우 열악해 보였다.
컨테이너 하나로 마련된 휴게실엔 때가 새까맣게 탄 소파와 한 사람도 눕기 힘들어 보이는 임시 평상과 정수기 등이 전부였다.
먼저 운행을 마치고 휴식 중이었던 동료 버스 기사 A씨는 "2022년부터 기점 지역 환경개선을 해준다고 하고 몇 년째 가건물을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다"며 "기사가 부족하다는데 기존 기사들의 근무환경부터 개선하는 것이 먼저 아니냐"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