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4명 중 지난달 2명 퇴사… 나머지도 이달까지 근무
근로 환경 둘러싼 김명진 회장과 직원간 갈등 원인 추정
퇴직 직원 A씨 "복직 약속에 민원 취하했지만 거부 당해"

대전축구협회 전 직원이 최근 대전시체육회 민원게시판에 '대전축구협회장의 갑질 및 사유화 고발' 글을 게재했다. 대전시체육회 홈페이지 캡처
대전축구협회 전 직원이 최근 대전시체육회 민원게시판에 '대전축구협회장의 갑질 및 사유화 고발' 글을 게재했다. 대전시체육회 홈페이지 캡처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대한축구협회 행정 감사 최우수등급을 받았던 대전축구협회에서 최근 직원이 줄줄이 퇴사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대전 축구계에 따르면 대전축구협회 직원 4명 중 부장급 직원 1명이 지난달 17일 사직했고 이어 사무국장도 같은달 말일 사임했다.

나머지 과장급 직원 2명도 사직서를 제출해 내달 말일까지만 근무하고 퇴사할 예정이며, 전무이사는 사태를 책임지는 차원에서 이미 사무국장과 함께 물러난 상황이다.

사실상 대전축구협회 모든 직원이 협회를 떠나는 것이다.

대전축구협회는 2022년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감사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아 지난해 감사를 면제받는 등 타 시·도축구협회에 모범적인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직원들의 퇴사 러시에 실제 내부 사정은 외부 평가와 다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잇따른 퇴사는 김명진 대전축구협회장과 직원들 간 누적돼 온 갑질이 최근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명진 회장은 2016년 6월 대전축구협회 제12대 회장으로 취임해 2021년 재선출을 거쳐 현재까지 협회를 이끌고 있다.

대전축구협회 퇴사 직원 A씨는 지난 9일 김명진 대전축구협회장의 갑질과 협회 사유화를 고발하는 내용의 민원을 국민신문고와 대한축구협회, 대전시체육회에 넣었다.

A씨에 따르면 직원들은 연차 확대 등 근로 환경 개선을 김명진 회장에게 거듭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전축구협회는 직원이 4명뿐이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아 연차가 연 10일에 불과했고 주말근무에 따른 대체휴가는 하루당 0.5일이었다고 한다.

학생선수, 엘리트, 동호인 등 각종 대회를 현장 지원하는 업무 특성상 야간근무와 주말근무가 많은데 몇 안 되는 휴가도 협회장에게 직접 보고해야 해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A씨는 "규모가 비슷한 광주축구협회는 직원도 6명으로 더 많고 연차도 15일이다"며 "매년 연차 확대를 요구해도 달라지지 않아 퇴사하겠으니 퇴직금을 달라 하자 '돈만 밝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분개했다.

이어 "가뜩이나 직원이 부족한데 협회장이 의전까지 시킨다"며 "지난 3월 동호회 리그 현장에서 의전을 안 했다는 이유로 관계자와 동호인이 모두 보는 앞에서 질책을 당하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현재 대전축구협회는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직원 3명을 새로 채용한 상황이다.

전무이사, 16년 경력의 사무국장, 7년의 부장급 등 베테랑 직원이 모두 떠나면서 행정 혼란이 불가피하고, 그 피해는 축구인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김명진 회장과 퇴직 직원들은 지난 13일 회장의 공개 사과와 복직 등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지만 입장 차가 커 한동안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A씨는 “공식적인 사과와 근로복지 개선, 전원 복직 약속을 제안해 민원을 취하했더니 하루도 지나지 않아 위로금 1000만원을 제안하며 복직을 거부하는 말도 안 되는 업무처리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명진 회장은 “이미 3명을 신규 채용한 상황에서 개인사정으로 떠나는 직원을 제외한 퇴직자와 퇴직예정자까지 다 복직하면 6명이 되는데 협회 예산으로 월급을 주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전무이사에게 이 내용을 직원들에게 설명해달라고도 했다. 또 위로금을 주겠다고 한 직원은 애초 복직이 아닌 사과를 요구했었다”고 반박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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