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유학 전성시대 성큼]
2028년부턴 중학교도 충청권 다녀야
전략적으로 입시 노린 지방유학 유행
의대들 까다로운 수능 최저조건 요구
명문 자사고·일반고 합격생 많을 듯
의대쏠림에 이공계 인재유출 우려도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의대 증원, 지역인재전형 확대로 ‘조기 지방 유학’을 고려하는 학부모가 늘며 이른바 ‘맹모충청지교’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 내 자율형사립고, 명문고들의 의대 진학률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실제 대전, 천안, 청주 등 주요 학군을 중심으로 타 지역 전학생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대전 서부, 충남 천안 등 충청권 주요 학군 올해 타지 전학생 늘어
최근 지역의대를 중심으로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확대하며 증감폭이 큰 충청권 소재 고등학생들의 경우 입시에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기존 고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도 ‘충청권’에서 나와야 한다는 조건으로 강화된다.
즉 현재 중3부턴 충청권 소재 중학교에 입학해야 지역인재전형 지원 요건을 갖출 수 있다.
의대 합격선이 낮아지면 비수도권 일반고에서도 의대 진학이 지금보다는 수월해질 수 있다.
때문에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전학을 보내 전략적으로 지역인재전형을 노린 일명 지방유학이 유행하고 있다.
실제 의대 증원 이슈가 번진 올 초부터 충청권 주요도시들을 중심으로 타 지역 전학생이 전년 동기간 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취재 결과, 올해 타 지역에서 전학 온 대전 서부지역 관할 중학생은 69명으로 지난해 동기간(46명)과 비교했을 때 23명이 늘었다.
충남의 대표적인 학군지역인 천안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84명이 타 지역에서 전학을 왔는데 올해 103명 소폭 늘었다.
세종(121명→131명), 청주(51명→56명)도 올해 타지 전학생이 소폭 증가했다.
◆수능 최저 기준 복병, 지역 내 자사고·명문 일반고 강세할 것
다만 지역인재전형으로 수시에 도전한다 해도 ‘수능 최저조건’이 복병이다.
여전히 대부분 의대들이 까다로운 수능 최저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전국 지역의대 전체 선발인원의 95%가 지역인재전형도 수능 최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한다면 일반고 보다는 지역 내 명문 자사고나 명문 일반고의 합격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게 교육계 전망이다.
2024학년도 의대 합격 실적을 보면 충청권에선 자사고급 명문 일반고인 한일고(충남 공주)와 충남고(대전)가 각각 32명, 31명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자사고인 천안 북일고(21명)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 전국단위 개방형 자율학교인 공주사대부고(19명), 자사고인 대전대성고(19명)와 대전대신고(11명도) 역시 향후 의대 합격 배출인원이 지금보다도 더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
◆지역의대 ‘최상위 포식자’되며 이공계 기피 심화…대덕특구 치명타
일각에선 최상위권 입시생의 의대 쏠림과 이공계 인재 유출이 심해지며 ‘의대 망국’ 여론도 적지 않다.
특히 2만여명의 석·박사 인력이 상주하는 R&D의 요람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위치한 대전은 이공계 기피현상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지역의대 규모 확대로 상위권 이공계 재학생들의 상당 수가 의대 진학을 위해 N수를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상위권 대학 이공계열은 물론 약대·치대·수의대·한의대 등 다른 의약학계열 재학생들도 다시 의대에 도전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의대 증원이 이공계 기피로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과학도시’ 대전의 인력양성에 타격이 올 수 있다"며 "과학고 출신이 이공계특성화대로 진학한 후 즉시 재수나 반수에 돌입해 의대로 재진학하는 꼼수도 심해질 것"이라고 비관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