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명의 안타까운 희생을 초래한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1심 재판에서 정우혁 부장판사가 일갈한 울림이 아직도 선연하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참사와 관련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된 미호강 부실 제방 공사의 책임자인 당시 건설공사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등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유족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함께 하면서도 피고인에게 그에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현실 앞에 법관으로서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현장소장에게 징역 7년 6월, 감리단장에게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하면서도 경합범에 대한 법적 규정 때문에 죄책에 상응한 더 무거운 중형을 선고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의 표현이다. 그는 "오송 참사는 결코 피고인들이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이들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부실 공사가 초래한 인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호우가 예보된 상황에서 최소한 기존 제방과 동일한 규격대로만 축조했어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 때문이다.
더욱이 안타까운 희생 앞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억지 변명으로 일관한 현장소장에 대해선 재판을 수행하는 법관이기 앞서 인간으로서 분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장례곡을 틀어 유가족들의 아픔을 달래준 것도 재판부의 정서적 공감일 터다. "임시제방 근처에 피고인의 가족이 있었으면 그때도 제방을 튼튼하게 축조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는 그의 말은 교훈하는 바가 크다. 정부나 자치단체는 물론 건설업체들이 재난재해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대처해야 한다고 구호처럼 외치지만, 정작 재난재해로 인한 사고 조사 과정을 들여다보면 부실하고 무책임하고 안일한 흔적들이 여실이 드러난다.
오송 참사 역시 마찬가지다. 재난재해는 예측하기 어렵고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단순한 매뉴얼대로 대응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기상이후에 따른 재난재해의 현상들이 예측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 적지 않은 만큼 정 부장판사의 말대로 ‘내 가족이 현장에 있다’는 심정으로 대처한다면 오송참사 같은 인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충북도와 청주시, 행정중심도시건설청 등 공적기관은 물론 건설업체 등도 그의 말을 가슴에 새겨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성하길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