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내달부터 8박 10일 출장 계획
단체 관광 성격 짙어 외유성 출장 논란
2년 전 긴급취소된 경비도 못 돌려받아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이태원 참사’로 취소된 튀르키예(옛 터키) 경비 1억 원 상당을 전혀 돌려받지 못한 천안시의회가 또다시 대규모 유럽 출장을 추진해 논란이 예상된다. <2024년 2월 13일자 12면 보도>
29일 천안시의회의 ‘2024년 의원 공무국외출장 계획’에 따르면 시의회는 내달 11일~20일 8박 10일 일정으로 튀르키예와 크로아티아 일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출장에는 전체 의원 27명 중 4명을 제외한 의원 23명과 직원 9명까지 모두 32명이 동행한다. 경비는 인당 560만 원으로 총 1억 7920만 원이 투입된다.
출장 목적은 ‘자매결연 도시(튀르키예 뷰첵메제시) 등의 방문을 통해 천안의 위상을 알리고 다양한 국제 협력 기회 마련’ 등이다. 그러나 민선 9대 의회 반환점을 앞둔 상황에서 ‘단합 대회’ 성격이 짙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연말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여야 갈등을 이번 기회에 풀어보자는 얘기가 검토 단계에서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출장 기간 방문할 곳조차 뷰첵메제 시청과 의회를 제외하곤 박물관, 대학교, 병원 등으로 이뤄져 있어 ‘외유성’ 해외 출장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시의회는 2022년 11월, 튀르키예 해외 출장을 추진하려다 ‘이태원 참사’로 긴급 취소된 이후 여행사로부터 경비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당시 지급된 경비 1억 800만 원 중 반환된 금액은 전혀 없다. 이에 시의회에서는 올해 초 해당 여행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 내달 조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여행사 측은 경비의 70% 수준에 해당하는 ‘취소 피해수수료율’을 주장하며, 의회가 요구한 경비 반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또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결정(약 35%)조차 따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민사 조정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난한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대규모 해외 출장을 나가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의원은 “가뜩이나 시민들은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목적도 불투명한 의회의 해외 출장이 시민들 눈에는 어떻게 비치겠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원은 “전문성 강화를 위한 상임위별 국외 출장이 아닌 단체 관광 성격의 출장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후반기에는 화합하는 모습으로 가자는 의견이 다수를 이뤄서 전체 위원들을 대상으로 추진하게 됐다. 전체 의원 대상 국외 출장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고 답했다.
민사 소송과 관련해서는 “여행사가 조정에 출석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합의가 안 되면 본안 소송으로 넘어가게 된다”면서 “저희도 경비를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