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이 두려운 교사들]
사전답사·안전교육·업체 계약 등 현장학습 때마다 작성해야 할 서류 수십가지
대규모 수학여행 사전 컨설팅 필수… 일부 학교선 1일형 현장학습 선호 현상도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로 붐비는 김포공항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로 붐비는 김포공항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학교 밖 교육활동에 대한 교사들의 책임과 행정업무가 과도하게 부여되며 체험학습을 아예 취소하거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에 있어 교사들의 기피현상은 10년 전 세월호 사태를 기점으로 조금씩 심화돼 왔다.

당시 세월호 사건으로 수학여행이 전면 중단됐는데 재개 이후에도 다양한 이유로 적지 않은 학교들이 수행여행 계획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후 6년 뒤 코로나19가 발생하며 교내 대면교육은 물론 학교 밖 교육활동은 전면 중단됐다.

방역 지침이 완화되며 2022년 2학기부터 일부 학교를 시작으로 수학여행이 재개됐다.

하지만 지난해 서이초 사태와, 초등학교 노란버스 사태가 또 다시 터지며 기피 움직임이 재점화됐다.

정부가 초등학교 체험학습·수학여행 시 안전상의 문제로 노란버스만 허용한건데 수학여행을 계획한 초등학교들은 업체와의 계약을 무더기로 취소했다.

교사들이 학교 밖 교육활동을 기피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안전문제 만은 아니다.

한번 나갈 때마다 쏟아지는 수 많은 행정업무도 이들을 두렵게 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

사전답사부터 시작해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업체와의 계약, 학생 안전교육, 수학여행 계획, 교육청 컨설팅까지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와 함께 작성해야 할 서류만 십 수가지다.

개인정보보호법 강화로 여행자 보험을 들 때 마다 일일이 학부모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를 홈페이지까지 공지해야 한다.

더욱이 세월호 사건 이후 학생 안전사고 예방이 강조되며 각 지역교육청들 또한 수학여행 실태점검을 강화하고 있어 학교 부담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150명 이상 대규모로 수학여행을 갈 땐 안전사고 대처 능력을 갖춘 ‘안전 요원’을 50명당 1명 동반해야 하며 사전 컨설팅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일부 학교들이 비교적 안전상의 문제에서 자유롭고 비용도 적게 들며 행정업무가 간소한 ‘1일형 현장체험학습’을 선호하는 이유다.

한 충남의 초등교사는 "떠나기 전부터 사후 정산까지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체험학습 당일에도 교사들은 하루 종일 초긴장 상태며 무슨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라도 위안을 삼고 있지만 불의의 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교사에게 지운다면 폐지가 답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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