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사고로 매년 200마리 사망
생태통로 설치된 국립공원 8곳 뿐
안내표지판 등 저감시설도 ‘미비’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최근 5년간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로드킬 사고로 매년 200여마리의 야생동물이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국립공원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21개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로드킬 사고로 죽은 동물은 1107마리다. 죽지 않고 다친 동물까지 포함하면 2013마리에 달했다.
죽은 동물은 다람쥐가 280마리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고라니(111마리), 청설모(96마리), 너구리(53마리) 순으로 집계됐다.
국립공원별 로드킬 건수를 보면 지리산 국립공원이 255건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141건, 소백산 국립공원과 오대산 국립공원은 각각 139건, 74건을 기록했다.
야생동물 로드킬 사고는 2018년 211건에서 지난해 138건으로 35%가량 감소했지만 법정 보호종의 로드킬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법정 보호종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거나 서식지 파괴 등의 이유로 특별히 보호해야 할 동식물로, 국가가 법으로 정한 종이다.
법정 보호종 로드킬 사고는 2018년 10건에서 2021년 3건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9건, 올해 8월 10건을 기록하며 제자리 걸음 중이다.
전체 로드킬 사고 중 법정 보호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4.7%에서 올해 8월 9.9%로 5.2%p 증가했다.
야생동물 로드킬 사고는 주로 도로로 인해 서식지가 단절된 동물들이 도로를 건너려다 발생한다.
국립공원공단은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 공원 등에 생태통로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생태통로는 개발사업 등으로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고 야생동물의 이동을 돕기 위한 시설이지만 전국 21개 국립공원 중 생태통로가 설치된 공원은 8곳에 불과했다.
생태통로가 없는 내장산 등 13개 공원에서 발생한 찻길 사고는 395건에 달해 전체 사고의 40%가량을 차지했다.
국립생태원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실시한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생태통로는 야생동물이 이동할 수 없는 급경사지에 설치돼 있거나 유도 울타리가 설치돼있지 않는 등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일부 국립공원에는 안내표지판이나 과속방지턱 등 로드킬 저감시설도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연구원 관계자는 "로드킬 당하는 동물과 발생하는 지점의 다양성을 고려해 차량 속도를 감속하고, 동물 출현을 경고하는 등 관련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