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제 과잉구조, 모래알 조직력…벼랑 끝 대전예당]
① 20년간 이어진 내부불화와 불협화음, 원인은 ‘고용불안’
전체직원 51명 중 임기제공무원 38명
1년 단위 평가 통해 최대 5년까지 연장
업무 공백·고용 불안에 조직 갈등 발발
철밥통 관행 이어져 복지부동 분위기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올해 대전예술의전당(이하 대전예당) 개관 20주년은 사상 초유의 ‘공연 취소 사태’라는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남게 됐다. 이를 계기로 입찰 방식의 허점과 함께 조직의 고질적 문제에 대한 구조적 손질이 요구되고 있다. 대전예당은 대전시의 안정적 예산 지원 속 20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뤘으나 시 사업소로서의 한계가 분명하며 양날의 검인 임기제 공무원 제도가 숨어있다. 충청투데이는 제작오페라 ‘운명의 힘’ 공연 취소 사태와 관련 대전예당의 조직을 진단하고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제작오페라 공연 취소 문제는 결국 대전예당의 ‘기형적 조직구조’를 뿌리 뽑아야만 근절될 수 있다.
개관 당시부터 전문성을 이유로 대부분 인력을 계약직 형태의 고용하며 지금의 ‘모래알 조직’으로 만들었다.
문화 불모지 대전의 문화적 품격을 높여준 대전예당은 2003년 개관 초부터 기획공연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직을 계약직 형태로 대거 선발하기 시작했다. 바로 임기제 공무원 제도다. 전체 직원 51명 중 임기제 공무원(38명)이 차지하는 비율은 74.5%다.
시 사업소 가운데 임기제 공무원 비율은 대전예당이 압도적이다. 이들은 1년 단위 평가를 통해 최대 5년까지 연장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부턴 공모를 통해 임용 절차를 다시 밟거나 거처를 옮겨야 한다.
‘무늬만’ 정규직 공무원으로 사실상 1~2년마다 연장평가를 받아야 해 비정규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 지난해 말과 올 6월 15년 이상 근무한 차장(7급) 2명이 재임용되지 않아 그 자리가 외부인으로 채워졌다. 지난달 문화사업팀 팀장직(6급) 역시 최대 계약기간 5년이 종료돼 공모했고, 기존 인물이 아닌 외부인이 새롭게 채용됐다. 한 대전예당 직원은 "모두 일 정말 열심히 하시고, 열정도 뛰어난 분들이었다. 대전예당에 오래 근무하셔서 지역과 공연장 상황을 매우 잘 알고 계셨는데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선발되니 너무 아쉬웠다"며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직원들 역시 내 미래는 아닐까 불안하고, 사기가 저하된다"고 토로했다.
공연장 특성상 임기제 공무원은 고도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만큼 매년 평가를 받아 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현실은 업무의 흐름이 끊겨 공백이 생기고, 고용 불안으로 조직 갈등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제작오페라 주무부서인 공연기획팀의 팀장과 행정주무관은 개인사유로 사직해 일부 직원에게 업무가 가중됐었다. 무대예술과장 또한 정년 퇴임으로 공석이었는데 그나마 다행히도 지난 17일 최종 공모 결과,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임용됐다.
이렇듯 대전예당은 임기제 공무원이 대부분이다 보니 실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상위직급으로 재임용되지 않는 한 계약기간 내 승진이 불가능하다. 반면 최하위 등급만 받지 않으면 5년간은 ‘철밥통 관행’이 이어지며 복지부동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사실 대전예당의 조직력 비판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수 많은 조직개편과 낙하산 인사 등 내부 불협화음이 있었고, 그때마다 조직의 기강과 구성원 간 신뢰는 쇠약해져 갔다. 전문직 임기제의 경우 선·후배 간 위계질서 작동이 쉽지 않고, 고유 업무가 명확하다 보니 협업은 물론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또 연공서열이 아닌 내부 하위 직급이 임용평가를 통해 상위 직급을 달 수 있어 재계약 시점 시 자신이 유리한 업무에만 치중해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자타가 공인하는 중부권 최고의 공공 공연장에서 일부 인력의 공백이나 업무 혼선으로 조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공연 취소로 이어진 점은 쉽게 납득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향후 공연 취소 사태를 재발하지 않기 위해선 조직의 안정화, 무엇보다 문화예술기관 임기제 공무원의 고용불안을 해소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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