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찾아 떠나는 충청 청년들]
中.수도권으로 간 청년들의 목소리

수도권으로 간 청년들의 목소리. 그래픽 김연아 기자. 
수도권으로 간 청년들의 목소리. 그래픽 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 “문과 직무 지역 TO 현저히 적어… 수도권서 경력 쌓을 것” 26세, 서울 송파구(충남 당진 출신), 웹디자이너

대학교 진학을 위해 충남 당진에서 대전으로 이주해 5년간 거주했다. 대학 졸업 후 7개월은 지역 공공기관에서 PR 업무를 담당하는 계약직으로 근무했다. 1년 계약에 총 2회 연장이 조건이었지만, 계약직이라는 불안함과 원하는 직무로의 이직을 위해 꾸준히 준비해 왔다. 하지만 이내 문과계열 직무의 지역 TO가 현저히 적은 것을 실감하게 됐다. 화장품(제조·화학) 회사 마케터로 일하려고 충청권 기업을 중심으로 취업 공고를 들여다봤더니 대전지역 구인은 15건인 반면 서울과 경기는 703건으로 차이가 확연했다.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찾아 수도권 이직을 결심했다. 결국 원하던 온라인 광고 홍보 대행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신입 월급 실수령액이 넉넉하지 않아 매달 고정비로 지출되는 높은 금액을 감내해야 하고, 홀로 연고지를 떠나 새롭게 정착하는데서 오는 외로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경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으며 더 성장하고 싶다.

◆ “동종 업계여도 지역은 업무 환경 낙후… 서울은 일한 만큼 받아” 27세, 서울 서초구(대전 중구 출신), 미디어업계

이전 직장과 같은 업계로 이직하면서 수도권 진출을 결심했다. 전 직장이 있었던 대전의 정주여건이 마음에 들어 정착할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대전에서 재직했던 기업은 서울의 같은 업계와 비교했을 때 복지, 연봉 등 업무 환경이 많이 낙후돼 서울로 이직을 결심하게 됐다. 대전에서 같은 업계로 이직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원하는 직종의 기업이 매우 적었고 인적 네트워크가 좁아 어디로 가든 소문이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 경기 쪽으로 눈을 돌려 이직을 하게 됐다. 현재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지역에 비해 근로자가 받는 추가 수당이나 복지 기준이 높은 편이다. 지역 기업의 경우 휴일에 일을 하거나 평일에 야근을 해도 수당을 챙겨주지 않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이런 기업 분위기에 많이 놀랐다. 서울에 있는 것보다 좋은 수준의 연봉과 업무 환경이 갖춰진다면 다시 고향으로 내려갈 의향이 있다. 무엇보다 높은 수준의 중견, 대기업이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 “지역선 직업군 선택지 적어 비전 없이 일… 이직하더라도 폐쇄적인 고향으론 안 가” 29세, 서울 금천구(충북 제천 출신), 현장 운영직

고향에서 자영업(카페 운영) 및 유통직으로 일하다가 현재 서울로 터를 옮기고 전시 운영 관련 현장직으로 근무 중이다. 지역에서 살면서 직업군 선택지가 적어서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한 노력보다 우선 채용이 되는 일자리에 취업해 별다른 미래 비전 없이 근무하게 되는 일이 더 많았다. 수도권의 경우에는 취업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직업군에 대한 채용 자체의 인프라가 넓다. 서울로 이직한 이후 퇴근 후에도 누릴 수 있는 문화적, 교육적, 의료적 인프라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 다만 수도권에서의 생활이 심리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고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에 추후 다시 지역으로 이직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폐쇄적 성향이 짙은 고향이 아닌 타지로 이직을 고려할 것 같다. 지역에도 다양한 직업적 인프라가 구축되고 청년의 자립을 위한 거주 관련 복지와 청년 문화, 직업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화된다면 더욱 지역으로 갈 의향이 있다.

◆ “수도권보다 연봉 높다면 지역으로 갈 의향 있어… 고연봉이 최고의 복지” 28세, 서울 성동구(대전 서구 출신), 회사원

대전에서 IT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첫 직장 경력이 짧았기 때문에 서울에서 학원을 등록해 배움을 더 이어갔다. 좋은 정보력, 의지가 있는 학생들과 어우러져 공부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것은 물론이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노력 끝에 IT 개발 직무에서 일할 수 있는 회사로 입사하게 됐다. 회사와 거래처 규모가 크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업무, 능력 등이 뛰어나 배울 부분이 있는 동료들도 다수 있다. 고물가에 더해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렵긴 하지만 현재 생활이 즐겁다. 이직시 연봉이 수도권에 비해 앞으로 계속 높다면 직장을 타지(대전 등)로 옮길 의향이 있다. 고연봉이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회사가 수도권에 많기 때문에 추후에는 발전가능성과 연봉 등의 이유로 다시 수도권으로 눈을 돌릴 것 같다.

◆ “풍부한 문화적 인프라 있는 서울은 꿈의 도시” 29세, 서울(충남 천안 출신), 간호조무사

일평생 살아왔던 고향을 떠나 얼마 전 서울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 지역에서 은행원으로 수년간 근무했는데 계약직이었기 때문에 늘 불안감이 있었다. 대학 전공을 살려 병원에 취업해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풍부한 문화적 인프라와 좋은 복지가 있는 서울로 갈 결심을 했다. 평소 뮤지컬, 콘서트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편이라 각종 문화 행사가 밀집해 열리는 서울은 그야말로 꿈의 도시였다. 현재 근무 중인 병원에서 사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주거 비용을 최대한 아끼고 대신 문화적인 갈증을 채우고 있다. 때론 낯선 환경 속에서 집이 그리울 때도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문화 생활하기 좋은 서울을 떠날 마음은 아직 없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는 일자리도 있겠지만 문화적 인프라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주말 여가 시간을 활용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시설과 장소가 많다는 점이 서울 생활의 원동력이다.

◆ “큰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과 일하며 보고 배워” 28세, 서울 (대전 서구 출신), 은행원

대전에서 나고 자랐다. 금융권 취업에 성공해서 한동안 지역에서 근무했다. 첫 직장이었기에 열심히 배우고 일했지만 늘 하던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도 기회도 많은 서울로 이직을 했다. 이전 직장과 같은 금융권이어도 업무 규모 자체가 훨씬 더 커져서 배우는 재미가 있다. 큰 회사에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면서 한층 더 성장하는 것 같다. 사회초년생으로 월세가 너무 비싸서 매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중교통에 사람이 많아서 출퇴근길도 고역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일하는 게 정말 재밌다. 매일, 매 순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열정을 불태우며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젊은 날을 보내고 있다. 한동안은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최대한 서울에 남아서 커리어를 쌓고 몸값을 높이고 싶은 생각이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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