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시각장애인에게는 음성을 통해, 청각장애인에게는 LED 점멸을 통해 화재 발생 사실을 알리는 비상구 음성점멸유도등 설치는 현행 규정상 의무사항이다. 긴급상황 시 시청각 장애학생은 물론 연기 등으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피난 시설이다. 지난해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당시 전문가들은 거듭되는 화재 참사를 막기 위해 시각뿐 아니라 청각 소방체계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전국 1만 1902개 학교 중 비상구 음성점멸유도등이 설치된 학교는 965개교에 불과하다. 평균 설치율이 고작 8.1%에 불과한 부끄러운 수준이다. 대전의 경우 303곳 학교 중 21곳 설치에 그쳐 7%를 기록했고, 충북은 473개교 중 15개교에 설치돼 3.17%, 충남은 723개교 중 50개교에 그치며 6.9%로 전국 평균에도 못미쳤다. 그나마 세종시는 103교개 중 9곳이 설치돼 9%로 간신히 평균을 상회했다. 인천시의 경우 538개교 중 305개교에 해당 시설이 설치돼 56.6%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학교 비상구 음성점멸유도등 설치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벌률‘ 시행규칙에 따라 의무사항이다. 하지만 법이 개정된 2018년 이전 지어진 학교에는 소급적용 의무가 없다보니 대부분의 학교에서 적극적인 설치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관계 법령 개정 초기 인식 부족과 설치비용 부담이 주된 미설치 이유다. 학교 한 곳당 시설 설치비용이 2000만원~3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각 시도별로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과거 세월호 참사 등 수많은 사회적 재난을 겪으면서 우리사회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안전만큼은 부족함 없이 과할 정도로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 학생들에 대한 안전 확보는 더 꼼꼼하게 챙기고 대비해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투입하는 예산은 ‘비용’이 아니고 ‘투자’라는 점을 잊지 말야야 한다. 비상구 음성점멸유도등 설치율 제고에 교육부는 물론 각 시도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