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 정당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무분별하게 설치된 정당 현수막들에 대한 민원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정부가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민원이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법 개정 전보다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8.28 사진=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 정당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무분별하게 설치된 정당 현수막들에 대한 민원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정부가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민원이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법 개정 전보다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8.28 사진=연합뉴스.

거리 곳곳에 정당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내걸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추석명절을 맞아 국회의원을 비롯한 자치단체장, 시·구의원 등이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여기에 정당들이 상대 정당의 정책을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다량 살포해 도심의 주요 사리거리는 현수막 전시장이 되다시피 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 하나. 지자체들은 현수막을 제거하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가 지난해 ‘무제한 현수막법’으로 불리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후 나온 현상이다. 정당현수막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국회는 정당 현수막을 시·도 조례로 지정된 장소에서만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정작 법 개정 자체에는 소극적이어서 수개월째 심사보류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들마다 지역구가 걸린 사안이다 보니 현수막 규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들이 정당 현수막에 얼마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지는 민원 건수가 말해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밝힌 2022년 12월~2023년 3월 중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 현황을 보면 대전 997건, 세종 35건, 충남 451건, 충북 473건 등 2000여 건에 달한다. 정당 현수막은 미관 저해는 물론 안전사고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거리에 현수막을 걸었다간 즉각 단속을 당하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최근 대법원은 행정안전부가 낸 인천시 옥외광고물 조례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인천시는 지난 5월 옥외광고물 조례를 개정해 정당이 내걸 수 있는 현수막을 선거구 1곳당 4개로 제한하고, 장소도 지정게시대로 한정했다. 이에 행안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인천시 조례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 조례제정이나 법 개정에 앞서 정치권이 시민들의 불편 개선과 안전한 도시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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