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人災)였음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국무조정실이 최근 내놓은 오송참사 감찰조사결과를 보면 참사가 일어나기 전 23회의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기관들은 적극 나서지 않았다. 지하차도 인근 제방 붕괴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신고에도 충북도와 경찰, 소방은 대처에 소홀했다. 정부가 오송참사를 인재로 규정한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충북경찰청과 충북소방본부, 지자체 등 관계기관들이 시민들의 지속적인 경고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임시 제방이 무너지고 지하차도에 강물이 유입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관련기관들은 긴박성을 감지하지 못했다. 기관 간 공조체제도 부실했다. 충북도는 사고 당일 홍수경보가 발령되고 미호천 범람 위험 신고를 접수했는데 제때 교통통제를 하지 않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미호강 임시 제방을 기준보다 낮게 축조하거나 부실하게 쌓아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국무조정실은 밝혔다.
오히려 시민들의 신고정신이 놀라웠다. 사고 전날 오후 임시 제방을 지나던 한 남성은 "거기(임시제방)가 허물어지면 오송 일대가 물난리가 날 것 같다"며 급박함을 알렸다.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방기한 대가는 너무 컸다. 155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해 이태원 압사사고 이후 재발을 막겠다며 부산을 떨었지만 달다진 건 별반 없는 듯하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오송참사와 관련 공무원과 민간인 등 모두 36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공직자 63명은 소속기관에 징계조치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충북도 행정부지사, 청주시 부시장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은 쏙 빠졌다. 자치단체장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임에도 선출직이기 때문에 인사조치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공직사회에서 애꿎은 직원들만 처벌받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