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6일까지 공문에 회신 요청
행정처리 감안 제출기간 하루에 불과
방학·휴가 겹쳐 대다수 교사 출근 안해
부실한 의견서 양식 놓고 실효성 논란
대전교사노조, 시교육청에 공식 항의

교사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교사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교권 침해 문제로 발등에 불 떨어진 교육부가 현장 교사들을 대상으로 보여주기 식 요식행위에 불과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어 교육계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방학이 시작된 각급 학교에 하루 만에 교권 보호를 위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통지한 건데, 의미 없는 졸속 행정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교권침해를 향한 교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교육부는 부랴부랴 각 지역 현장 교사들의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교육부는 24일 각 시·도교육청에 교권보호 및 회복방안에 대한 의견 제출을 긴급 요청했다.

문제는 의견수렴 과정이다.

의견수렴 기한이 매우 촉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청에 공문 발송 시점으로부터 삼일 뒤인 26일까지 회신을 요청했다.

교육청은 각급 학교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학교가 교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교육청에 다시 보내면 교육청은 관할 학교들의 의견을 일괄 정리해 교육부에 최종적으로 보고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이 단 3일 만에 이뤄져야 한다.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하루도 채 안 되는 것이다.

내부 결재라인까지 거쳐야 해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이미 학교는 방학이 시작됐고 현재 7말 8초 휴가철이다.

차이는 있지만 방과 후 수업이나 다른 행정 업무 때문에 출근한 교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부재중인 상태다.

의견서 양식 또한 매우 부실하다.

실제 교육부에서 내려 보낸 의견수렴서 양식을 보면 ‘제안’, ‘제안 이유’로 뭉뚱그려 작성하도록 돼 있다.

대전의 한 교사는 “교권보호 유형에도 단순 민원, 학교폭력업무, 아동학대 신고, 수업권 침해 등 피해사례가 다양한데 이를 구체화 하지 않고 너무도 단순하게 빈 칸을 주고 기술하도록 한 걸 보고, 그냥 보여주기 식임을 느꼈다”며 “정말 교사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이렇게 허술하고 급하게 하느니 그냥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실제 대전교사노조는 25일 대전시교육청에 이 같은 문제를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근 지역인 충남과 세종 교육청은 아예 학교에 공문 자체를 내려 보내지 않았다.

시간이 워낙 촉박해 현장 의견 대신 교육청 입장만 정리해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졸속 행정으로 지역별 혼선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충남의 한 중학교 교사는 “대전은 의견수렴을 받는다던데 우리는 이야기 들은 바 없다”며 “아무리 요식행위일지라도 의견 개진할 기회는 줘야 하지 않냐”고 행정처리 방식에 황당해 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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