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조수미, 2016년 세종 특수학교에 기부 이후 안전기준 없어 처분 사연  
최교진 교육감과 각고 노력에 법적기준 마련 성과… 장애아동 놀권리 재조명

최교진 교육감과 성악가 조수미 씨가 13일에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을 만나 ‘휠체어 그네’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세종시교육청 제공
최교진 교육감과 성악가 조수미 씨가 13일에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을 만나 ‘휠체어 그네’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세종시교육청 제공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과 성악가 조수미씨의 장애 아동을 향한 진심 어린 행보가 ‘휠체어 그네의 기적’을 일궜다.

‘휠체어 그네’는 장애인 놀이기구이지만 안전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한 때 고철로 처분된 안타까운 사연을 품고 있다.

최 교육감과 조씨가 가슴 속에 품었던 ‘휠체어 그네를 타고 하늘을 날자’는 소망이 현실로 이뤄져 법적 테두리 안에 ‘휠체어 그네’을 안착시켰다.

세종시 ‘휠체어 그네’ 사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휠체어 그네는 장애인들이 휠체어에 앉은 채로 탈 수 있도록 개조된 그네다. 호주의 한 특수학교에서 휠체어 그네를 접한 조씨는 국내 특수학교에 시설물을 기증하기 시작한다.

2016년 9월 조씨는 세종누리학교에 2대를 기증했다. 당시 장애학생을 배려하는 세종교육 실현의 모범적 사례로 눈길을 끌었다.

기쁨도 잠시. 휠체어 그네는 법적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못해 아이들을 태우지 못했다. 그네는 설치 6개월 만에 철거된 뒤 창고에 방치됐다가 2019년 11월 처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아쉬움을 샀다.

최 교육감은 세종교육의 책임자로서 잘못을 통감했다. 지난 5월 SNS에 사과문을 올리고 조씨에게 고개를 숙였다. 최 교육감은 사과문에서 “휠체어 그네의 안전기준이 마련되도록 노력하며 더 나아가 무장애 통합 놀이터가 조성되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조씨는 최 교육감을 토닥였다. 조씨는 “교육감의 잘못이 아닌데도 저에게 진솔한 사과를 하셔서 오히려 마음이 무겁다”면서 “선진국일수록 소수자를 배려한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교육감과 동행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두 인물은 ‘휠체어 그네’를 법적 테두리 안에 설치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사회적 관심을 불러왔고 정부가 장애 아이들의 놀권리와 안전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부 움직임을 신속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안전 인증 대상 어린이 제품의 안전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휠체어를 탄 채 이용할 수 있는 ‘기구 이용형 그네’의 안전 기준이 담겼다.

행정안전부도 휠체어 그네 설치·관리를 위해 안전기준을 반영한 ‘어린이 놀이시설의 시설기준·기술기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최 교육감과 조씨의 소망이 현실이 된 것. 이들은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을 만나 ‘휠체어 그네’ 안전 기준 마련을 위한 노력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 교육감은 “세종시교육청 비전인 ‘모두가 특별해지는 세종교육’처럼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가 행복한 세종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장애학생의 놀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교육청은 개정안 고시 후 누리학교에 개선된 ‘휠체어 그네 및 놀이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휠체어 그네의 기적’은 소프라노 선율처럼 널리 울려 퍼졌고, 지역사회는 기립 박수를 보냈다.

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