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전 술자리 갖고 음주운전 확인
경찰,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 적용 검토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술에 취해 차를 몰다 9세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퇴직 공무원 A(66) 씨가 사고 전 지인들과 13~14병의 술을 나눠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이화섭 대전경찰청 교통과장은 11일 대전경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사고 당일 A씨를 포함해 9명이 노인복지관에 모여 점심식사를 하면서 소주와 맥주 13~14병을 마셨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8일 오후 12시 30분경 대전 중구 태평동의 한 노인복지관 구내식당에서 소주 1병을 마시고 오후 2시경 식당에서 나와 차를 타고 5.3㎞가량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점심 자리에 참석한 60대 중후반 지인들 중에는 퇴직 공무원들도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앞서 진행된 1차 경찰 조사에서 숨진 배승아(9) 양 등 초등생 4명을 들이받은 사실을 사고 당시엔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이화섭 과장은 “사고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08%였는데 이를 두고 만취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며 “만취상태였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인 1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대전지법으로 호송되기 전 기자들에게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그렇게 됐다”며 “유가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A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지인들을 대상으로 음주운전 방조 혐의 적용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 과장은 “통상 술자리를 가지면 (음주운전 사고 피의자) 주변인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음주운전 방조죄를 적용하려면 (대상에게) 음주운전을 못 하게 할 수 있는 권한 등이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지 엄중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음주운전 사고가 난 어린이보호구역에 안전시설이 미흡한 점을 확인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 중앙분리대와 방호 울타리를 설치하고, 대전시와 함께 지역 내 어린이보호구역 152곳을 점검해 시설을 보완할 방침이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