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박상국 법무법인 향촌 대표변호사
의뢰인 의견대로만 주장 펼치면 안돼
재판 유불리 따져 변호사로서 조언해야
다수결로 의사결정시 소외되는 분 생겨
소수자도 보호하는 법관 되겠다 결심
2007년 재소자에게 반성한단 편지 받아
사건 담당 판사였다는 게 보람됐던 순간
변호사로서 재판장 들어가보니 긴장돼
긴장 놓치지 않고 최선 다해 변호할 것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의뢰인의 편이 돼 드리겠습니다." 박상국(56) 법무법인 향촌 대표변호사는 23년간의 판사생활을 마치고 변호사가 된 소회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박상국 변호사는 2000년부터 몸담았던 법원을 떠나 지난달 법무법인 향촌에서 대표변호사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달 명예퇴직하기 전까지 판사로 재직하면서 체득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의뢰인을 변호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고 싶다는 그다. 앞으로 법무법인 향촌에서 의뢰인의 지지자가 되어줄 박 변호사의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대담= 나운규 정치행정부장
-여러 법무법인 중에 향촌을 택한 이유는.
"법무법인 향촌의 대표변호사인 방이엽 대표와 제가 사법연수원 같은 기수(29기), 같은 반이라는 인연이 있다. 법적 정의에 대한 관념이나 진리를 향해 갈구하는 점 등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법무법인 향촌으로 오게 됐다. 혼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려면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방 대표 덕분에 수고를 덜었다.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변호인으로서 최선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의뢰인을 변호하면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의뢰인의 법적 문제를 의뢰인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조언하고 이를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의뢰인의 의견대로만 주장을 펼칠 것이 아니라 재판의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게 되면 오히려 피고인 주장의 신뢰성만 저하되기 때문에 변호사로서 조율해줘야 한다. 이와 함께 사건으로 인한 의뢰인의 번민을 함께 고민하고 의뢰인이 평안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의뢰인편’이 돼 주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본다."
-법관을 꿈꾸게 된 계기는.
"성적에 맞춰서 법대에 진학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법관을 꿈꾼 것은 사법연수원 시절이다. 다수결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다 보면 그 과정에서 소수자로서 소외되는 분들이 생겨난다. 법을 공부하면서 다수뿐만 아니라 소수자까지도 보호해야 하는 법관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누구나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범죄자일지라도 재판에서 유무죄를 명확히 가리고, 절차적으로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 이런 고민을 실현하기 위해 법관이 됐다."
-판사 재직 시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2007년경 한 재소자로부터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형사단독판사였던 저에게 사기죄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교도소에서 많이 반성하고, 배우고 있다면서 고생하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봐 달라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잘못보다는 양형이 강하게 내려져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러한 편지를 받았을 때 제가 그 사건을 담당한 판사였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를 생각하고 흐뭇해했다. 또한 모든 인간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형벌의 특별예방적 측면을 더욱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판사로서 신념은 무엇이었나.
"형사재판의 대원칙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그것은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판사도 인간이다 보니 일반 사람의 법 감정과 같이 피고인을 대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때 판사라는 저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고, 제가 배웠던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를 다시금 떠올렸다. 지인이 피고인의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피고인을 대하려고 노력했다."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서 재판에 임한 소감은.
"얼마 전 변호사로서 재판장에 들어가보니 상당히 긴장됐다. 판사로 재직할 때는 항상 재판장에서 사건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할지 메모지에 정리해서 들어간 뒤 마음 편히 재판을 진행했다. 하지만 변호사 입장이 돼보니 사건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재판에 임해도 떨렸다.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해 의뢰인을 변호할 생각이다."
-지난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경영책임자에게 안전과 보건 확보의무를 강화하고 안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이다. 이렇듯 입법취지가 선한 법임에도 불구하고 그 구성요건이 모호하다고 평가받아 법원은 이를 적용함에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 같다."
-지역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로펌이 아닌 서울 로펌을 찾는 의뢰인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인재는 서울에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이제 대전에도 정말 많은 인재가 있고, 오히려 겉만 화려한 서울보다 내실에 충실한 대전의 로펌이 더 많다는 점을 많은 분들이 인식해 주길 바란다."
-법무법인 향촌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대학병원의 의대교수님들이 치료를 잘한다고 평가받는 것은, 많은 환자들을 다뤄본 임상경험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법무법인 향촌의 방이엽 대표변호사는 대전고등법원의 판사 출신 변호사고, 저 역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의 영장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다. 그래서 다뤄 본 사건이 많고 과거의 경험에 비춰 재판진행 과정 중에서도 판사님들의 심중을 읽기 쉽기 때문에 어떠한 종류의 사건도 잘 처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대표번호사로서 법인을 이끌 전략이나 계획은.
"법무법인 향촌의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면서 행복하려면, 그 일을 통해 단지 생존의 수단을 제공 받는다고 느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어떤 일을 했다고 느낄 때, 즉 보람을 느낄 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무법인 향촌의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일을 통해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고, 그것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조화롭게 협력한다면 행복할 수 있다. 서로의 가치를 알아주고 인정하는 동료가 있어 행복한 법무법인을 만들고 싶다."
정리=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