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갑천 탑립돌보 인근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고니 1마리가 월동 중이라고 한다. 대전에서 고니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최근 고니 1마리가 큰고니 9마리 무리와 함께 월동하는 것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지난 3일 혹고니 월동 확인에 이어 이번에 고니가 확인되면서 갑천은 고니 3종(큰고니·혹고니·고니)이 모두 서식하는 하천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고니 3종이 모두 목격되는 하천은 드물다.
고니는 환경부 전국 조류 동시 센서스에서 확인된 개체수가 1000마리가 안 될 정도로 희귀종이다. 갑천에서는 고니 외에도 노랑부리저어새, 칡부엉이, 호사비오리 같은 멸종위기종이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에는 천연기념물 243-3호이자 멸종위기종인 참수리가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된 바 있다. 1급수에서 서식하는 수달도 종종 확인되고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에 이런 희귀종이 서식한다는 건 그만큼 생태계가 양호하다는 반증이다.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에 따라 다양한 생물종들이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멸종위기종의 서식처 보호에 신경써야하는 이유다. 대전시가 관내 3대 하천인 대전천·유등천·갑천의 수질개선과 생태 복원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 사업에 올해부터 2030년까지 2조7000억원의 재원이 투입 된다. ‘3대 하천 푸른 물길 그랜드플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3대 하천 전 구간 1급수 수질 유지, 생태 복원이 목표라고 한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도심을 관통하고, 주민들이 하천 친수 공간을 편하게 이용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중장년층들은 대전의 주요하천에서 멱 감고 물장구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를 것이다. 이런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개발에는 파괴가 뒤따르는 만큼 생태계 보존을 우선으로 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야생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하천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