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양수·충남본부 청양담당 국장 
윤양수·충남본부 청양담당 국장 

[충청투데이 윤양수 기자] 정치가 품격을 잃는 순간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남이 흘린 땀에 올라타고 사실을 왜곡해 군민을 흔들고 비판 기사 하나에 언론인을 협박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청양군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은 행정·군민·의회의 준비된 협력으로 만든 성과였다. 이 내용을 담은 기자의 기사도 단순했다. 도비를 제대로 확보도 못 하고 시범사업 선정 과정에 제대로된 역할도 없던 도의원이 현수막으로 공을 가로채려 했고, 기본소득 때문에 농어민수당이 중단된다는 허위 발언으로 군민 불안을 조장한 정황 역시 사실대로 기록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뒤에 벌어진 일은 정치인의 일탈을 넘어 ‘권력자의 폭주’에 가깝다.

보도가 나간 후 이 도의원은 돌아다니며 공개적으로 기자를 향해 욕설을 퍼붓고 기사가 “특정 후보의 지시에 따라 작성됐다”는 허위 음모론을 유포하며 “그 자식(기자)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노골적 협박성 발언까지 하고 다닌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감정 표출이 아니다. 공직자가 언론을 향해 행사한 권력형 협박이며 사실을 뒤틀어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위험한 시도다.

비판을 받으면 근거로 반박하는 것이 정치인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 도의원은 반박 대신 협박을, 사실 대신 허위 주장을, 책임 있는 대응 대신 분노와 겁박을 선택했다.

이 정도면 정치적 미숙함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이는 상식의 빈자리를 억지와 허세로 채운 스스로의 한계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남이 만든 행정 성과에 이름을 슬쩍 올리는 것은 뻔뻔함의 문제다. 그러나 언론을 향한 협박은 차원이 다르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며 군민을 대신해 사실을 묻는 언론을 억누르려는 권력의 남용이다.

정치인은 성과의 주인이 아니다. 정치인은 책임의 대표자다. 책임을 져야 할 자가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고 언론을 협박한다면 그 공직자는 이미 스스로 대표자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비판은 두렵다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정치로 나아가기 위한 거울이다. 그 거울을 깨뜨리려는 행동은 곧 자신의 수준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일은 단순한 언쟁이 아니다. 공직자의 언어폭력, 허위선동, 언론 겁박이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이다.

지역정치의 무게는 이런 정치인을 앞에 두었을 때 비로소 시험대에 오른다.

 

 

윤양수 기자 root585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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