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3년 새 750곳 폐업…주점 15% 줄어
회식 대신 워라벨 문화 한몫…알콜 소비량↓
혼술·홈술 대세 속 외식물가·인건비도 직격탄
[충청투데이 최광현 기자] 퇴근길 직장인들의 단골 코스였던 골목 술집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국에서 간이주점과 호프주점이 큰 폭으로 줄어들며 '회식 문화'와 맞물린 자영업 구조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14일 국세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올해 9월 전국 간이주점 및 호프주점은 2만9624개로 집계됐다.
2023년 9월 3만5189개와 비교하면 15% 감소한 수치다.
충청권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기간 대비 호프주점은 대전 666개에서 531개로(20.3%), 세종 101개에서 79개(21.8%), 충북 1230개에서 987개(19.8%), 충남 1220개에서 1021개(16.3%) 각각 줄었다. 간이주점인 선술집도 대전 75개에서 52개(30.7%), 세종 16개에서 13개(18.8%), 충북 348개에서 286개(17.8%), 충남 419개에서 350개(16.5%) 감소했다.
불과 3년 사이 충청권에서만 750곳이 넘는 술집이 문을 닫은 셈이다.
변화의 중심엔 MZ세대가 있다.
젊은 직장인의 경우 개인 시간과 홈술과, 혼술이 일반화되면서 술집을 찾을 이유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워라밸'을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무 외 술자리를 강요하는 분위기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5년 알코올 통계 자료집'을 보면 20세 이상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3년 9.43ℓ에서 2023년 8.29ℓ로 12.1% 줄었다.
대전 소재 한 기업 인사팀장은 "요즘은 금요일 회식을 제안하면 오히려 눈치를 봐야 할 정도"라며 "젊은 직원들은 저녁 회식보다 점심 회식이나 음주 없는 회식을 훨씬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변화된 음주문화는 세대·동료 간 소통의 장은 물론 골목 술집의 빠른 폐업을 가져왔다.
여기에 최저임금과 외식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도 술집 폐업을 가속화시켰다.
외식물가지수는 2020년 대비 올해 9월 25% 오르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웠고, 자영업자들은 치솟은 인건비와 안주 등 식재료비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특히 소규모 골목 술집들은 가격 인상으로 고객 이탈을 감수하거나, 수익 감소를 견디다 결국 폐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한 사회학과 교수는 "술자리 중심의 수직적 소통 방식이 사라지는 건 바람직하지만, 이를 대체할 수평적 소통 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조직 내 단절이 심화될 수 있다"며 "다양한 비공식 소통 채널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