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심한 트럼페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로 트럼펫 시작
‘올해 젊은 음악가 선정’… 책임감 가져
도전의 연속 끝에 대전시향 협연 합격
좋아하는 곡 ‘랩소디 인 블루’로 졸업연주
가보르 타르코비의 연주 들으며 꿈 키워
끈기와 기본기로 슬럼프 6개월의 극복

심한 트럼페터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한국음악협회 대전시지회(이하 대전음악협회)는 신인음악회를 통해 대전 음악계를 이끌어갈 젊은 연주자를 발굴한다. 이 음악회에서 최고점을 받은 1등 연주자에게는 ‘올해의 젊은 음악가’ 타이틀이 주어진다. 올해 그 주인공은 트럼페터 심한이다. 우연히 본 드라마 속 트럼펫에 마음을 빼앗겼던 그는, 이제 대전 시민을 비롯한 관객에게 트럼펫의 매력을 전하는 연주자가 됐다. 충청투데이는 ‘마음을 전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심 씨를 만나, 그의 음악 인생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트럼펫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태권도 선수를 꿈꾸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부상을 입어 운동을 못하게 됐다. 이후 전공을 고민하던 중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다. 이 드라마에서 배우 장근석 씨가 트럼펫을 연주하는데, 그 악기가 멋있게 느껴졌다. 성악과 지휘를 전공한 아버지께 이 이야기를 하니 ‘트럼펫을 배워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셔서 자연스럽게 악기를 접하게 됐다."


-올해의 젊은 음악가로 선정된 소감은.

"처음 대전음악협회 올해의 젊은 음악가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받았을 땐 ‘내가 이걸 받아도 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는 제 할 일만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는데, 대전음악협회에서 올해의 젊은 음악가로 선정해 주셔서 더더욱 책임감을 갖게 됐다. 제가 연주하는 트럼펫이라는 악기의 매력을 대전 시민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느낄 수 있도록 활발히 연주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역 음악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지금 활동하고 있는 연주자들에게 보탬이 되고,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연주자로서 성장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18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새내기 음악생활을 하던 중, 대전시립교향악단 영 비르투오조 협연자 오디션에 지원해 합격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당시 사회 초년생이라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패기가 넘쳤다. 그래서인지 콩쿠르, 협연오디션, 시립교향악단 오디션 등 다양한 도전을 했다. 그중 운이 좋게도 대전시향 협연 오디션에 합격해, 제가 이루고자 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완성할 수 있어 아주 행복했다."


-가장 좋아하는 트럼펫 곡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조지거슈인의 ‘랩소디인 블루’다. 이 곡은 원래 피아노 협주곡인데, 트럼펫 대가인 티모페이 독시체르가 트럼펫 솔로 버전으로 편곡했다. 이 곡을 성재창 서울대 기악과 교수님이 연주하시는 걸 우연히 접하고, 이 곡을 무조건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멜로디도 너무 좋고, 트럼펫의 기교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학 졸업연주 곡으로 이 곡을 선택하기도 했다."


-존경하는 음악가는?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수석으로 활약하던 ‘가보르 타르코비’의 연주를 많이 보고 들으며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트럼펫은 솔로 연주도 중요하지만, 오케스트라에서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가보르 타르코비의 연주를 보고 들으며,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게 된다면 그처럼 연주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그래서 학창 시절과 대학시절에도 그의 영상을 제일 많이 보고 들었다. 2015년 가보르 타르코비가 초청연주로 내한했을 때는 직접 찾아가 핸드폰 뒷면에 사인을 받았는데, 그가 아주 놀랐던 기억이 있다."


-슬럼프는 없었나.

"처음 트럼펫을 시작했을 때 6개월 정도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소리가 나봤자 기본 계이름 정도만 나서 정말 많이 답답하고 속상했다. 당시 가르침을 받았던 춘천시향 이명우 선생님께서도 저만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어 가슴에 멍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하실 정도였다. 그래도, 믿을 곳은 연습 밖에 없었다. 천천히 기본기부터 다시 다지고, 조급해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연습에 매진했다. 계속해서 연습에 매진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여러 음의 소리를 낼 수 있게 되고, 고음도 시원하게 낼 수 있게 됐다. 악기는 심리적인 영향도 크기 때문에, 마음을 조급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리가 나지 않을 때는 ‘다시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천천히 연습하다 보면 스스로 원하는 소리를 찾을 수 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제가 팀의 리더로 있는 Brass BOB이라는 금관 앙상블 팀의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저희 Brass BOB이 오는 12월 28일 일요일 오후 7시 대전 조이마루 플랜에이 B홀에서 연주를 한다. 1부엔 금관악기와 타악기의 다양한 앙상블 연주를, 2부엔 금관악기에 어울리는 신나는 곡들을 준비했다. 금관악기를 모르시더라도 재밌게 감상하실 수 있을 거다. 대전 시민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개인 독주회도 준비하고 있다. 내달 30일 오후 5시 대전 아트브리지에서 진행한다. 이번 독주회는 조지거슈인, 장휴브 등이 현대 작곡가들의 재즈틱한 곡들로 준비하고 있다. 독주회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트럼펫을 시작하려는 후배 음악인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모든 악기가 다 힘들긴 하지만, 특히 트럼펫이나 금관악기는 처음 시작해서 소리를 만들 때까지의 과정이 정말 어렵고 힘들다. 호흡도 어렵고, 원하는 소리를 내는 데 시간이 걸려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처음이 힘들 뿐,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하다 보면 반드시 자기만의 소리를 찾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옆에서 지도와 격려를 받는다면 훨씬 더 즐겁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비교에 지치지 말고, 음악을 즐기는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나.

"저는 화려한 기교보다, 음악 속에 담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다. 제 연주를 통해 누군가가 위로나 힘을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또 금관악기를 어렵고 낯선 악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악기로 느껴지게 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 무대 위에서는 물론이고, 동료나 제자, 관객들에게도 따뜻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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