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교육청-충청투데이 마음건강 캠페인]
전국 유일 가정형 Wee 센터 ‘차오름’
두려움에서 회복… 가정의 온기 나눠줘
심리교육·상담·대인관계 기술 등 배워
감정 기술 배우고 삶의 즐거움 되찾아
선생님들의 묵묵한 응원 속 용기 얻어
차오름센터 "마음 회복 재출발점 되길"

[충청투데이 김영정 기자] 충남 아산에 자리잡은 충남차오름센터(이하 차오름센터)는 충청남도교육청이 직속으로 운영하는 전국 유일의 가정형 Wee 센터이다.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단기위탁과정을 제공하며, 위기학생들에게 ‘마음을 쉬어가는 집’이자 ‘작은 쉼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위탁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의 입에서 나오는 짧지만 강력한 권유, "고민하지 말고 바로 들어와. 후회는 없을 거야"라는 한 마디에는 이곳에서의 소중한 경험과 삶의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가정과 학교 등 생활 속 위기를 겪는 학생들에게 차오름센터는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최근 차오름센터를 이용했던 청소년 6명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봤다.


◆ 첫인상, 두려움에서 편안함으로: 안전한 ‘가정’의 온기

센터에 처음 발을 들인 순간을 떠올린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처음엔 귀찮았어요", "여기가 무엇을 하는 곳일까 궁금했어요", "부모님과 선생님이 억지로 가라고 해서 정말 화가 난 상태여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등 낯선 공간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정형 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2층집과 같은 따뜻한 공간,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머문 친구들 덕분이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함께 참여한 깃수의 친구들이 따뜻하게 챙겨줘서 금방 적응했어요", "편안하고 안전한 가정집 같았어요"라며 금세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과정은 1박 2일, 중·고등과정의 경우 2주 동안 머무는 동안, 학생들은 이곳에서 심리교육과 상담, 대인관계 기술 등을 배우며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 일상 속 ‘마음의 기술’을 배우다: 감정 다루는 법 터득

차오름센터에서 얻은 가장 큰 배움으로 학생들은 일상 속에서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을 꼽았다.


이는 ‘변증법적 인지행동 치료’를 이용한 심리교육 활동의 일환이다.

한 학생은 "감정대피훈련이 가장 도움이 되었어요. 지금도 힘들 때마다 사용해요"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은 "제가 힘들 때 좋은 향기를 맡거나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혀요. 오감을 활용하는 것을 배운 게 좋았어요"라며 구체적인 방법을 언급했다.

학교나 가정에서 다루기 힘들었던 감정들을 스스로 이해하고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수료 이후에도 이를 꾸준히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 잊혀지지 않는 ‘소소한’ 순간들: 삶의 즐거움 일깨워

학생들이 기억하는 가장 특별한 순간은 화려한 프로그램이 아닌, 오히려 소소한 일상이었다.


"차오름센터 옆에 나무에서 앵두를 따서 먹었던 게 기억이 나요", "영화를 보면서 감정에 대해 나눴던 게 좋았어요" 등 작은 경험들이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었다.

특히 한 학생은 "센터 선생님에게 소프트콘 아이스크림에 초코볼의 꿀조합을 알려드렸는데, 선생님이 나중에 다시 만들어주셨어요"라며 일상의 즐거움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정들을 회상했다.

차오름센터는 학생들이 삶에서 놓치고 있던 작은 즐거움과 감정들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 청소년들의 ‘버팀목’, 따뜻한 선생님: 묵묵한 응원과 지지

청소년들의 이야기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단어는 바로 ‘선생님’이었다.


학생들에게 선생님들은 단순히 교육자가 아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학생들은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셨어요", "힘들 때마다 옆에 있어주셨고 수료할 때 편지도 써주셨어요.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용기를 얻었어요"라고 말했다.

위기를 겪고 입소한 아이들의 어려움을 함께 겪어주며 따뜻하게 품어주는 곳, 그 중심에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마음이 지친 친구라면 꼭 와봐": 재출발의 권유

‘누구에게 차오름센터를 권하고 싶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마음을 다친 친구요", "지금 너무 버거워서 마음의 쉼이 필요한 친구라면 꼭 와야되요"라고 강력하게 추천했다.

나아가 고민하는 친구들에게는 "고민하지 마. 바로 들어가", "고민할 시간에 얼른 와.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야"라고 말할 거라며 웃었다.

한 학생은 차오름센터를 "어서와. 차오름은 처음이지?"라고 장난스럽게 표현하기도 했다.

이는 센터에서의 경험이 그들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이고 자신감을 주는 변화를 가져왔는지 보여준다.


◆ 마지막 인사, 진심을 담은 ‘고마워요’: 삶을 향한 재출발점

인터뷰를 마치며 학생들이 차오름센터에 남긴 마지막 인사는 간결했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차오름~ 고마워", "항상 편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자신을 찾아줘서 고마워요" 등 짧은 말 속에서 센터의 경험이 현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차오름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처음 센터에 올 때는 마음이 지쳐있고 닫혀 있어서 어깨가 굳어있고 표정도 차가워요. 그런데 짧은 기간이라도 안전한 공간에서 존중받으며 지내다 보면 2~3일 후면 눈빛도 달라지고 말수도 많아지기도 해요"라며 변화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수료식 때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와 스스로에게 ‘이제 잘 해내보자’는 다짐을 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도 느끼고 힘도 나죠. 저는 차오름센터가 단순한 2주의 시간을 보내는 센터가 아니라 자신을 회복하고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재출발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결국, 차오름센터의 따뜻함은 특별한 시설이나 화려한 프로그램이 아닌, 학생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임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의 보따리를 내려놓고 펼치면, 함께 정리하고 필요한 것을 다시 담아 학교와 가정으로 돌려보내주는 안전한 집.

이곳에서의 기억은 학생들에게 삶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김영정 기자 yeongjeong089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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