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마지막 전장 황산벌… 역사적 무게에도 개최지 제외 ‘아쉬움’
전문가 “논산 참여로 축제의 정통성과 지역 균형발전 함께 이뤄야”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매년 가을, 충남 부여와 공주 일대는 찬란했던 백제의 숨결로 물든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백제문화제’가 열리면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백제왕조의 문화와 예술이 다시 살아난다. 그러나 백제문화권의 또 다른 중심지이자 마지막 전장이었던 논산은 여전히 이 축제의 ‘정식 개최지’ 명단에서 빠져 있다. 일부 프로그램 참여와 홍보에 그치는 실정이다.
논산은 단순한 인접 지역이 아니다. 백제의 멸망을 결정지은 황산벌 전투의 현장이자, 백제사의 최후를 기록한 역사적 공간이다. 논산시는 격년제로 ‘황산벌 전투 재현행사’를 개최하며 백제의 기개와 혼을 되살리고 있다. 수백 명의 출연진이 참여해 펼치는 전투 장면은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백제문화사에서 논산이 지닌 전략적·상징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논산 곳곳에는 지금도 백제의 흔적이 살아 숨 쉰다. 성동·부적·상월면 일대의 산성과 고분군은 군사·생활 문화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또한 부여와 공주를 연결하는 지리적 관문으로서 논산은 고대 백제 남부 방어축의 핵심 거점이었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도 불구하고, 논산이 백제문화제의 공식 무대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은 역사 계승과 지역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다.
연산읍 주민 김모(68) 씨는 “논산은 백제의 마지막을 지킨 곳인데, 부여와 공주만 중심이 되는 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논산이 포함돼야 진정한 백제문화제가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도 논산의 참여를 통한 축제 확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문화단체 관계자는 “논산의 역사와 유적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고, 축제의 공간적 범위를 확장하면 백제문화제의 정통성과 관광 효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 또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충남의 한 역사연구자는 “백제문화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고대 삼국사의 문화 복원 사업이기도 하다”며 “논산의 참여 없이는 백제사의 완전한 복원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충청남도와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는 논산의 역사적 위상을 반영해 개최 지역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논산시도 문화유산 정비와 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제의 문화와 정신은 특정 도시의 전유물이 아니다. 부여의 찬란함, 공주의 품격, 그리고 논산의 마지막 항전의 의지가 함께할 때 비로소 ‘완전한 백제문화제’가 완성된다. 논산의 참여는 선택이 아닌, 백제문화권의 정체성과 역사를 온전히 잇기 위한 필연이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