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인형뽑기방 공습…흔들리는 상권, 위태로운 청소년]
반복적인 사례 늘면서 중독 위험 신호 발견 필요
스트레스 해소 위한 인형뽑기 의존이 중독으로
전문가, 단순한 일탈 아닌 조기 징후 인지 중요
[충청투데이 김지현·조정민 기자] 단순한 놀이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는 인형뽑기방이 일부 청소년에겐 ‘중독 공간’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반복적으로 기계 앞을 찾는 사례가 늘면서, 전문가들은 중독 위험 신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9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따르면 지난달 도박중독 추방의 날을 맞아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인형뽑기 위험성을 홍보하기 위한 가정통신문을 배포했다.
통신문에는 인형뽑기 기계의 성공 확률 조작 가능성, 중독성, 중고거래로 이어지는 소비 행태 등이 자세히 안내돼 있다.
특히 반복적인 몰입을 유도하는 기계의 구조적 특징이 청소년의 사행심을 자극할 수 있어 단순한 오락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점이 핵심이다.
또 획득한 인형을 중고 거래 플랫폼에 판매하거나 더 많은 인형을 얻기 위해 용돈을 탕진하는 경우, 중독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지역에서도 인형뽑기 중독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조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전지역 고등학생 A 양은 “일주일에 3~4번씩 인형뽑기를 하고, 한 번 올 때마다 만원씩은 쓰게 되는데 부모님께 꾸중을 듣기도 한다”며 “잔소리를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으니 다시 인형뽑기방에 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인형뽑기에 의존하게 되면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해 충동을 참고자 인형뽑기를 한다’,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마다 기계 앞에 간다’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성인보다 충동 조절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사행성 놀이에 더욱 쉽게 빠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이와 같은 중독 조짐을 단순한 일탈로 넘기기보다, 조기에 징후를 인지하고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대전충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관계자는 “청소년이 인형뽑기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며 학업이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몰입할 경우, 중독 위험 신호로 판단해야 한다”며 “용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패턴이 반복되거나, 뽑은 인형을 판매하려는 행동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상담기관과 연계해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현·조정민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