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차례상 비용 10년 전 대비 40%상승
매년 폭염, 폭우 반복되는 이상기후 원인
일부 소비자들 ‘차례상 포비아’ 호소하기도

차례상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차례상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충청투데이 최광현 기자]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을 준비하는 가정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이상기후에 행락철 소비까지 겹치면서 제수용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4일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28만 4010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전국 평균 20만원과 비교하면 약 40% 오른 금액이다.

10년 전 같은 돈으로는 이제 70% 정도밖에 장을 볼 수 없게 된 셈이다.

충청권도 전국 평균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충북이 28만 5530원으로 가장 높았고, 대전은 27만 3240원, 충남 27만 8880원, 세종 27만9660원 등 대부분 27만 원대에 머물렀다.

가격 인상은 차례상에 빠질 수 없는 기본 품목에서 두드러졌다.

사과 5개는 10년 전 1만 1690원에서 올해 2만 5630원으로 2배 이상(119.2%) 뛰었고, 배 5개도 1만 5070원에서 2만 3310원으로 54.7% 올랐다.

고사리는 3250원에서 5020원으로 54.5%, 대추는 5530원에서 1만720원으로 93.9% 급등했다.

제사상에 빠질 수 없는 고기 값도 크게 올랐다.

양지(한우 1등급) 400g이 1만 4300원에서 2만 9820원으로 2배 넘게(108.5%) 올랐고, 우둔살은 1만 9080원에서 2만 6320원으로 37.9% 상승했다.

이처럼 매년 차례상 비용이 가파르게 오르는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자리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기후변화다.

최근 몇 년간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농작물 작황이 부진해졌고, 가축 피해도 잇따라 공급 자체가 줄어들었다.

여기에 매년 명절 특수가 겹치면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특히 추석 직전 휴가철 소비가 몰리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유통 단계가 복잡해지고 인건비, 물류비 등 중간 비용이 상승한 것도 최종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의 명절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상인들은 손님 수가 줄고 매출도 예년만 못하다며 체감 경기 냉각을 우려했다.

대전의 한 전통시장 상인은 "과일 한 봉지에 만원씩 더 비싸니까 손님들이 물건을 들었다가 다시 놓고 간다"며 "추석이라 사람은 많은데 정작 지갑은 안 열린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에 사는 주부 이모(47) 씨도 "즐거워야 할 명절이 해마다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차례상을 간소화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 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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