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충남과 분리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행정통합 추진
2024년 공동 선언 통해 추진 공식화
주민 의견 수렴·설명회로 공감대 확산
대전 과학기술 + 충남 산업기반 결합
인구 360만·GRDP 190조 규모 단체 도약
반도체·국방 등 신성장 산업 육성 기대
광역 교통망 확충·행정 효율성 향상
[충청투데이 조사무엘 기자]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으로 갈라선 대전시와 충남도가 35년 만에 다시 ‘통합’을 향한 도전에 나섰다.
단순히 행정구역을 합치는 차원이 아니라, 수도권 일극 체제를 깨뜨리고 대한민국 제2의 초광역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통합이 성공한다면 인구 36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190조 원 규모의 거대 자치단체가 출범하게 되며, 이는 지방소멸 위기를 넘어 대한민국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첫 모델로 기록될 것이라는 평가다.
◆수도권 집중의 벽 넘어…‘합가’로 살아남기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 논의는 두 지자체가 행정적으로 갈라선 지 35년 만인 2024년 11월 옛 충남도청사에서 열린 공동 선언으로 막을 올렸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장, 홍성현 충남도의장이 함께 서명한 선언문에는 △통합 특별법 제정 △국가 사무·재정권 이양 △민관협의체 구성△주민 의견 수렴 등이 주요 골자로 담겼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가장 큰 배경은 수도권 집중 심화와 지방소멸 위기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절반과 경제력의 70%가 몰리면서,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와 재정 악화, 산업 생태계 중복 투자 같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왔다.
결국 대전과 충남은 ‘분가’의 길을 걸었던 지난 35년을 접고, 다시 ‘합가’를 통해 생존과 도약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결단에 나섰다.
분가했던 두 지역이 다시 합가를 통해 ‘전략적 생존 연합’에 나선 셈이다.
대전과 충남은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분리됐다.
분리 이후 교통과 정보통신 발달 등으로 두 지역의 생활·경제권은 넓어졌고 이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도 이어졌다.
국책사업 유치 경쟁 과열, 산업생태계 중복 투자, 광역행정 사무 처리의 어려움과 과잉 투자 우려, 인구 감소에 따른 소도시 재정력 약화와 행정적 비효율 증가 등이다
통합이 이뤄질 경우 이러한 소모적 경쟁을 줄이고, 교통망·공공시설 같은 광역 행정 수요에 공동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행정통합이 현실화하면 대전과 충남은 단숨에 대한민국 제3위 규모의 광역단체로 도약한다.
대전의 과학기술 역량과 충남의 제조·산업 기반을 결합해 제2의 경제거점을 만들고, 국가 균형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을 열겠다는 목표가 통합 명분으로 제시됐다.
인구는 358만 명, 면적 8786㎢, 재정 규모 17조 원을 넘어서며, GRDP는 19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715억 달러, 무역수지는 369억 달러 흑자로 전국 1위다.
통합 이후 대한민국 제2경제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대전의 과학기술·연구개발 역량과 충남의 제조업·산업 인프라가 결합할 경우, 반도체·우주항공·국방산업·바이오헬스 등 미래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초광역 교통망 확충과 관광·휴양 자원 연계로 주민 삶의 질도 개선될 전망이다.
실제로 통합 시 충청내륙철도, 대전광역전철 연장 등 광역 교통망 구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 관계자는 "통합은 수도권 다음의 경제거점을 형성하는 길이며, 반도체와 국방·우주항공 같은 신성장 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기회"라고 강조했다.
◆ 민관협의체 출범과 속도전
공동 선언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양 지자체는 곧바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켰다.
광역·기초의원, 학계 전문가, 경제·사회단체 대표 등 30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지역 의견을 수렴하고 특별법안을 마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공동위원장은 이창기 한국장애인 멘토링협회 중앙총재와 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장이 맡았다.
민관협의체는 올해 상반기까지 총 8차례 회의와 주민 설명회 등을 통해 대전충남 행정통합 법률안 초안을 마련했다.
이후 권역별 설명회, 유관단체 간담회 등 공론화 계획이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6월 3일 조기 대선 국면이 겹치며 일정이 일시 정지됐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60일 전부터 사업설명회·공청회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가 제한됨에 따라, 협의체의 주민 여론조사와 설명회 일정이 중단된 것이다.
대선 이후인 6월부터는 다시 속도를 냈다.
협의체는 대전 유성구 설명회를 시작으로 대전·충남 20개 시·군·구 순회 설명회를 열어 추진 배경과 방향을 설명했다.
설명회 간 취합된 주민 의견을 반영해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최종안을 확정, 두 지자체장과 의장단에 전달했다.
법안은 총 7편 17장 296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대전충남특별시 설치·운영 △자치권 강화 △경제과학수도 조성 △특별시민의 삶의 질 제고 등이 주요 골자다. 특히 글로벌 혁신거점 육성, 국가전략산업 진흥, 시민 행복 증진을 구체화한 특례 조항이 포함됐다.
두 지자체는 연말 국회 본회의 통과에 모든 힘을 응집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 출범을 목표하고 있는 만큼, 최소 올해 안으로 통과돼야 내년 상반기 중 통합 가능성을 논하고 출범을 준비하는 물리적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현재 성일종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를 준비 중이며, 이르면 이달 중으로 발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 충청의 미래, 국가 균형발전의 분수령
대전·충남 통합은 지역 차원의 실험을 넘어, 대한민국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첫 모델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관건은 여론 결집과 정치권 협조다.
대전·충남이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압도적 공감대와 초당적 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 표류 가능성도 있다.
대구·경북, 부울경, 전주·완주 사례처럼 사회적 합의 부족으로 무산된 전례도 존재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전·충남 통합 찬성률은 54.5%로 과반을 넘었지만, 반대·무응답 비율도 적지 않아 공감대 형성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충청권 메가시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통합은 결코 쉬운 길은 아니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자 새로운 균형발전 모델을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과 충남의 통합은 단순한 행정 통합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국가 전략이며, 지역이 다시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이라며 "이제는 실천의 시간이다. 시민과 함께 반드시 이 도전을 현실로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조사무엘 기자 samuel@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