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47억원 대출금 변제 등 목적 외 사용
모금회 감시 피하려 사업 개시 직전 감행
정작 1043억원 기금 대부분은 은행 예치만
임원들 혐의 부인… 진실 규명될 지 주목

태안 기름유출 피해를 받은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민관군이 방제작업을 하는 모습.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 호’와 삼성물산 소속의 ‘삼성 1호’가 충돌하면서 유조선 탱크에 있던 총 1만2547킬로리터(7만8918 배럴)의 원유가 태안 인근 해역으로 유출됐다. 충청투데이DB
태안 기름유출 피해를 받은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민관군이 방제작업을 하는 모습.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 호’와 삼성물산 소속의 ‘삼성 1호’가 충돌하면서 유조선 탱크에 있던 총 1만2547킬로리터(7만8918 배럴)의 원유가 태안 인근 해역으로 유출됐다. 충청투데이DB

[충청투데이 김중곤·김지현 기자] 2007년 태안기름유출사고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된 기금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일부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 기금사업단체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제1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서해안연합회 관계자 A·B씨에 대한 첫 공판을 내달 14일 진행할 예정이다.

서해안연합회는 충남 보령·홍성과 전북 5개 시·군의 태안기름유출사고 피해민 단체가 피해주민 복지, 공헌사업 등을 위해 2016년 4월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연합회는 2018년 1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유류피해기금 배분사업계약을 체결해 기금 1043억원을 받았고, 그 재원은 태안기름유출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의 출연금이다.

연합회 관계자인 A·B씨는 기금 약 47억원을 본래 목적에 맞지 않는 대출금 변제에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기금은 사업 개시 시점인 2019년 1월부터 모금회의 승인을 받아 피해민 복리 증진과 지역공동체 복원 사업에만 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앞서 2015년 6월~2018년 3월 보령수협에서 받은 대출금 약 40억원을 갚을 방법을 찾지 못하자, 사업 개시 전인 2018년 12월 기금에 손을 댄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비 지원 이전에 선집행한 비용을 배분금으로 사후 처리할 수 없다’는 모금회의 안내에도, 모금회의 감시를 피하고자 사업이 본격 시작하기 직전에 돈을 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사업 목적에 부적합한 이들의 기금 사용은 2022년 11월까지 이어져 모금회와 연합회에 끼친 재산상 피해액이 약 47억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의 대출금과 관련해 A씨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배임)과 업무상횡령 혐의로도 기소됐다.

A씨는 지역 수협에 재직하던 2015~2018년 상호금융 여신업무방법에서 정하지 않은 부당한 방법으로 연합회와 보령시유류피해민대책총연합회에 총 55억 2000만원의 대출금을 지급했다는 것이 혐의의 요지다.

B씨는 2019~2022년 연합회의 기금과 대출금 등 예산에서 약 6억원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연합회는 1000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약 5년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은행에만 예치해 둬 2023년 8월 모금회로부터 배분사업계약 해지와 기금 환수 결정을 통보받았다.

아울러 재판에 넘겨진 이들이 “공소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재판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기금을 둘러싼 실체적 진실이 재판을 통해 밝혀질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B씨는 자신의 횡령 혐의에 대해 “문제가 된 자금은 유류피해기금 배분을 위한 집회 참석, 변호사 비용 등에 사용한 것으로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금사업단체들이 모금회의 배분금 환수 결정에 불응하면서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배분금 반환 청구’도 진행되고 있다.

유류피해기금은 충남 태안·서산·당진·서천 피해민으로 구성된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 받은 2024억원까지 총 3067억원 규모다.

김중곤·김지현 기자 kgony@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