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아트, 대전의 미래를 그리다]
한국미술서 등장한 테크놀로지아트
1993년 대전엑스포 때 활성화 ‘반짝’
‘과학과 예술’ 테크아트와 유사성 많아
과학도시 대전, 테크아트 조성 촉구↑
“과학·예술·시민 함께한 도시 성장 必”

1993년 대전엑스포 당시의 ‘프랙탈 거북선’ (백남준 作) 모습.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1993년 대전엑스포 당시의 ‘프랙탈 거북선’ (백남준 作) 모습.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충청투데이 김세영·조사무엘 기자] 어느 날 갑자기 과학예술계를 강타한 한 단어가 있다. 바로 ‘테크아트(TechArt)’다. 테크아트는 최근 새 정부 국정과제 지역 현안에 포함되며 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대부분 테크아트의 구체적 정의와 범주를 명확히 알지 못하며 일부는 ‘아트테크(ArtTech)’, ‘사이아트(SciArt)’를 따라한, 곧 사라질 유행어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테크아트에는 대전을 넘어 한국의 미래먹거리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명확한 실체가 없다는 점은 찝찝함으로 남아 있다. 이에 충청투데이는 테크아트의 개념과 연혁을 쫓아 그 시작점에 ‘대전엑스포’와 ‘테크놀로지아트’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 두 키워드와 새롭게 생겨난 테크아트의 교차점을 짚어봤다.<편집자주>

 

◆테크아트의 전신 ‘테크놀로지아트’

당초 21세기 테크아트 이전에 20세기 ‘테크놀로지아트(Technology Art)’가 있었다.

이은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의 ‘1990년대 테크놀로지아트 전시 담론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면 테크놀로지아트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1990년대 한국미술 현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한국에 컴퓨터라는 매체가 널리 퍼진 영향이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계기로 컴퓨터가 대중에게 개방된 뒤, 올림픽이 끝나고 TV에서 컴퓨터 그래픽 영상이 빈번히 노출됐다.

디지털매체가 대두되면서 컴퓨터, 인터넷,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한 비디오아트, 미디어아트 등이 생겨났고 미술계 내부에서는 이를 테크놀로지아트라 명명했다.

테크놀로지가 매체적 기능에 머물지 않고 도구적 매체, 미학적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독자적 장르로 발전한 것이다.

 

◆대전엑스포에서 피어난 테크놀로지아트

테크놀로지아트 활성화 중심에는 1993년 대전에서 열린 대전엑스포가 자리했다.

1990년대는 한국미술의 정체성 확립과 세계화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상응하는 전시를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이 기조에 상응하는 정부주도형 국가 행사 중 하나가 대전엑스포였다.

당시 대전엑스포 문예전시장과 재생조형관에는 기념 전시인 ‘테크노아트전’,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쇼’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선보인 첨단과학 기술과 예술을 융합한 작품이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이 학예연구사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은 중요한 화두였다. 대전엑스포를 기점으로 세계 수준의 문화예술행사가 마련되기 시작했다”며 “모두 최첨단 과학기술을 전제로 하지만, 기술 형식 안을 채워내는 것은 인간을 둘러싼 자연, 전통, 인류, 환경문제 등의 메시지였다”고 설명했다.

 

◆테크놀로지아트를 잇는 테크아트

학계에서 통용되는 테크아트도 이와 유사성을 가진다.

지금의 테크아트는 단순히 예술 무대에 기술을 덧붙이는 장치를 뜻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개념이 정립된 상태는 아니지만, 학계에서는 기술과 예술이 동등한 파트너로 만나 전혀 새로운 창작 언어와 경험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1995년 세계 최초로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이라는 개념을 제안한 인물이자 2005년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설립을 주도한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명예교수는 “테크아트는 ‘과학과 예술의 대화’이자 ‘인간 중심의 창의 플랫폼’이다”며 “기술이 예술을 확장하고 예술이 기술에 감성을 불어넣으면서 사람들의 삶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 그것이 학계가 바라보는 테크아트의 개념이다”고 설명했다.

대상 분야는 크게 다섯 갈래로 요약된다.

⟁미디어아트, 프로젝션 맵핑, 센서 기반 인터랙티브 시스템 등 시각 중심의 예술 ⟁모션캡쳐, AI연주, 로봇 공연 등 테크 기반 공연콘텐츠 ⟁스마트전시관, 미디어파사드 디자인 등 디지털 기반 디자인 작업 ⟁문화재 디지털 아카이빙 등 전통·문화유산을 디지털 기술로 보존·재현·확장하는 분야 ⟁예술과 기술, 창의 융합 교육을 위한 콘텐츠 및 시스템 등이다.

테크아트에 앞서 생겨나 이제는 보편적으로 쓰이는 사이아트, 아트테크와는 다른 결을 지닌다.

사이아트는 ‘과학 개념의 예술적 해석’에 초점이 맞춰 있으며 아트테크(ArtTech)는 블록체인·NFT 등 유통·소유 구조 혁신에 강조점이 실린다.

대전엑스포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과학도시 대전만의 독창적 테크아트 허브 조성의 필요성이 떠오르는 이유다.

조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과학자는 “대전은 사이언스 밸리인 국가연구단지, KBS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 인프라를 갖춘 도시다. 이곳에서 나오는 과학적 데이터는 테크아트의 원천 자원이 될 수 있다”며 “단순한 과학도시를 넘어 과학·예술·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영 기자 ksy@cctoday.co.kr

조사무엘 기자 samue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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