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시 국가상징구역 조성 프로젝트가 국제공모를 통해 본격화했다. 대통령 집무실, 국회 세종의사당, 시민 공간을 포함한 210만㎡ 규모의 핵심구역 설계 계획이 반영됐다. 거대한 도시계획 속 ‘행정·입법 기능의 상징 공간’을 세우겠다는 구상은 단순한 도시개발을 넘어 국가 권력 구조의 공간적 재편을 예고한다. 이는 행정수도 논의의 오랜 공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신호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세종시는 반쪽짜리 행정수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 부처는 이전했지만 대통령실과 국회는 여전히 서울에 있어 진정한 의미의 행정수도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번 국가상징구역 조성 프로젝트는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다. 하지만 현실적 과제가 만만치 않다. 먼저 천문학적 예산 문제다. 국가상징구역 조성에는 수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정치적 합의도 필수다. 여야 정치권도 지난 대선기간 세종 국회의사당 설치 등에는 공감했지만, 실제 이전 결정 과정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대통령실 이전 문제 역시 보안과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 될 수 있다. 행복청은 설계에서 착공까지 2년, 시공에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국가 핵심시설 건설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이 법적 근거와 제도 정비를 소홀히 한 채 건축계획만 앞세운다면 또다시 공회전에 빠질 위험도 크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세종시 완성이 국가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수도권 집중 해소 효과는 얼마나 될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단순히 ‘행정수도 완성’이란 구호만으론 국민 지지를 얻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선언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 추진 의지다. 예산 확보 방안을 구체화하고, 여야 간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내 현실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행정수도 완성이란 국가적 과제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유혹도 경계해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상징적 설계가 아닌 실행 가능한 국가 계획으로 행정수도 완성을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게 진정한 신뢰를 주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