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월 전부터 살인 결심하고 계획
피해자와 노상에서 언쟁하다가 피습
피해자 사망 확인하려 장례식장 방문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대전 도심에서 전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장재원(26)이 결별 이후에도 금전 지원을 이어갔지만, 자신을 피하고 무시한다는 생각에 수개월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서부경찰서는 12일 브리핑에서 “피의자는 지난해 11월 피해자와 헤어진 뒤에도 카드값과 생활비를 송금하며 관계 회복을 시도했으나, 피해자의 반응이 냉담하자 ‘이용당했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며 “오토바이 리스 보증까지 서줬음에도 연락이 닿지 않자 범행을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재원은 범행 3~4개월 전부터 살인을 결심했으나, 피해자가 다시 연락을 주고 도움을 요청하자 관계 회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원을 이어갔다.
그러나 피해자가 연락을 회피하고 거리를 두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쌓였고, 오토바이 리스 비용을 대신 내준 뒤에도 연락이 닿지 않자 결국 범행을 실행에 옮기게 됐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조사 결과 장재원은 범행을 결심한 뒤 살인 방법을 검색하고 흉기를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오후 9시40분경 피해자를 만나 “부산에서 리스 계약을 했으니 해지하러 가자”며 유인했고, 피해자가 괴정동 주거지에 들러 1박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는 사이 흉기를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두 사람은 곧바로 부산으로 향하지 않고 경북 구미와 김천을 거쳤다. 구미의 한 주차장에서 장재원은 처음으로 범행을 시도하려 했으나 실행하지 않았다.
주차장이 넓어 피해자가 도주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예약한 김천 숙소에서도 범행을 시도하려 했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사실 너를 죽이려고 했다. 부산에 가는 건 거짓말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다음 날 오전 대전으로 함께 돌아온 이후 장재원은 집 안에서 범행을 하기로 최종 결심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함께 집에 들어가기를 거부하자 노상에서 언쟁이 벌어졌고, 이때 장재원이 준비한 흉기를 꺼내들자 피해자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이 그는 피해자를 피습한 뒤 현장을 벗어났다.
범행 직후 장재원은 구미의 한 모텔로 도주했다. 객실 PC로 피해자의 사망 여부를 검색했고, “죽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며 직접 확인하기 위해 대전 장례식장을 찾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앞서 장재원은 지난달 29일 오후 12시8분경 대전 서구 괴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전 연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6일 구속됐다.
범행 직후 현장을 벗어난 그는 다음날 차량 안에서 음독을 시도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이후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지난 5일 퇴원해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범죄의 잔인성 등을 고려해 지난 11일 그의 이름과 나이, 사진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한편 수사 마무리 절차에 돌입한 경찰은 13일 살인 혐의로 장재원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