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강승철 진천 백곡초등학교 교장
전교생 40여 명 존폐 위기 백곡초
맞춤형 틈새수업 ‘온샘 교실’ 운영
승마·스키·해양탐험 체험활동 도입
지역·학교행사 마을간 유대감 높여
충북형 작은 학교 모델 개발 연구
교육환경 개선에 47억여원 투입
학생 수 감소 밀착 교육으로 대응
규모가 아닌 깊이로 경쟁력 강화

▲ 강승철 진천 백곡초등학교 교장

[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진천 백곡초등학교는 전교생이 40여명인 작은 학교다. 한 때 이 학교는 급격한 도시화로 학생 수가 30명 아래로 떨어져 존폐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존폐 위기는 이 학교의 일 만은 아니다. 전국의 작은 학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런 가운데 백곡초에 부임 후 존폐 위기에 처한 학교 살리기 나선 교장이 있다. 강승철 교장이다. 강 교장은 지난해 3월 1일자로 백곡초 교장에 부임했다. 강 교장을 만나 위기의 학교를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어떤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는지, 또 그가 꿈꾸는 미래학교는 어떤 모습인지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폐교 위기 학교를 살린 묘책은.

"학생 수가 30명까지 줄어 폐교 위기에 놓였던 백곡초가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한 명 한 명의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작은 학교는 규모는 작지만,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정성과 관심을 집중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 장점을 최대한 살려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돌봄과 정서적 지지를 세심하게 제공했다. 특히 정규수업 이후에도 학교에 남아있는 아이들의 안전사고와 교육 지원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백곡초 맞춤형 틈새수업 ‘온(溫)샘교실’을 운영했다. 그리고 농촌 지역학교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체험활동을 도입했다.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활용한 활동뿐 아니라 승마체험, 해양탐험, 스키캠프, 시네마데이, 제주수학여행 등 외부 자원과 연계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학부모와 아이들이 ‘이 학교라서 가능한 교육’을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단지 학생 수 유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질적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또한 교직원·학부모·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으기 위해 학교-마을 교육협의체를 구성하여 학교의 존립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학교가 지역 전체의 활력을 되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어버이날 행사, 온마을 큰잔치(학교로 소풍오는 날) 등 지역과 함께하는 학교 행사를 꾸준히 열며 학교와 마을 간 유대감을 높이고 소통을 활성화했다."



-연구학교를 추진하게 된 계기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작은 학교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학교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새로운 교육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아이들의 성장은 학교만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이에 백곡초등학교는 학교가 마을 속의 중심으로 기능하며, 지역과 상생하는 교육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충북형 작은 학교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학교-마을 협의체 구성,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 운영, 학교 공간의 공동체화 등을 통해 작은 학교가 생존을 넘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7억의 예산으로 추진한 사업은.

"백곡초등학교는 2025년 충청북도교육청의 ‘초등학교 교육환경 개선사업’에 선정되어 총 47억 6000여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현재 이 사업의 설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공사는 오는 9월 시작, 2026년 8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단순한 낡은 시설 보수를 넘어 학생과 지역주민 모두를 위한 ‘복합 문화체험 공간’으로 학교를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늘봄(돌봄 및 방과후학교) 기능을 확대하고 다양한 학습을 위한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마을 도서관이나 평생학습 강의실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복합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주민들에게도 강의실, 도서관, 커뮤니티 공간 등을 개방하고, 학교-마을 교육협의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교육 협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학교가 지역의 중심이자 자원 순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예산 확보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예산 심의 단계에서 도의회는 모듈러 교실 설치에 드는 예산을 줄이고, 그 재원을 교육환경 개선에 더 집중하기 위해 공사 기간 임시로 인근 폐교(이월면)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학교가 잠시라도 지역에서 사라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우려를 불러왔다. 이에 학교는 교장실, 교무·행정지원 공간을 축소 또는 재배치하는 등 모듈러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해 도의회를 설득했다. 이러한 현실적 조정과 함께 지역사회의 학교 존속 의지를 전달, 현재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교육환경 개선사업과 학교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 준 도의회, 충북교육청, 진천교육지원청, 지역주민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시골 학교의 학생 수 감소 대안은.

"시골학교의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은 작은 학교만의 강점을 살린 지역 밀착형 교육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첫째 학생 개개인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지역 맞춤형 체험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연과 가까운 시골의 생활환경은 정서적 안정과 신체적 회복에 적합한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공동체성과 협력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작은 학교는 교사와 학생 간의 밀도 높은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전교생이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 활동이 일상화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배려와 소통, 협동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익히며, 경쟁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내면화하게 된다. 이는 학부모와 지역사회로부터도 큰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교육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학교는 단지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미래 삶의 터전과 연결된 장소로서 의미를 가져야 한다. 작은 학교는 ‘규모’가 아니라 ‘깊이’와 ‘연결성’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학생 수 감소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학생·학부모·지역사회가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는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속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시골학교 운영의 지속 가능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교장 선생님이 꿈꾸는 백곡초의 미래는.

"제가 꿈꾸는 학교는 아이들이 책상 위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마을 속에서 온몸으로 삶을 익히고, 이웃과 소통하며 자라는 살아 있는 학교이다. 학교는 더 이상 마을 속의 섬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품고 함께 성장하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배우고, 놀고, 꿈을 꾸며, 언젠가는 다시 이 마을로 돌아와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삶의 시작점’으로서의 학교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작은학교라서 가능했던 교육, 작지만 깊이 있는 성장." 이것이 바로 백곡초가 만들어가는 교육의 미래이며, 이를 위해 앞으로도 백곡교육가족, 지역사회와 함께 노력하겠다."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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