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및 조직 축소로 위상 곤두박질
시·기재부·국토부와 불협으로 한계
행정수도 주도적으로 책임질 필요
행정수도건립청 신설 등 움직임↑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신도시) 전경[행복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신도시) 전경[행복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충청투데이 이승동 기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새정부 출범과 함께 중대 기로에 섰다.

‘기능 정체’, ‘볼품 없는 예산’, ‘권한 축소’라는 삼중 위기에 직면하면서, 조직 재정비와 함께 새정부의 관심을 되살려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무엇보다 중앙부처로서 존립기반은 물론 조직 자존감마저 무너져버렸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그 어느때보다 엄중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장 행복청의 위기는 수치로 드러난다. 2013년 8424억원이던 예산은 올해 기준 인건비 포함 2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세종시의 한 국(局)’ 예산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14년 구성돼 곧바로 해체 수순을 밟은 ‘세종시자치혁신단’은 행복청을 흡수해 시 산하 ‘행복도시건설본부’로 재편하는 방안을 연구과제 목록에 올리기도 했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조직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되면서, 행복청의 위상은 곤두박질 쳤다.

행복청은 한때 조직의 생존과 기능 확대를 위한 대안으로, 대전·세종·충남·충북을 아우르는 ‘충청권 광역협력 행정조직’ 구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 전역을 묶는 ‘국가행정도시광역계획권’을 염두에 두고, 광역산업벨트, 공동교통망, 문화·교육 협력사업 추진 등을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존립 위기감 속에서도 행복청은 주로 광역도로 등 물리적 인프라 조성에만 치중하면서, 경제와 교육 기반을 다지는 대학 유치나 대기업 유치 같은 자족 기능 강화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행복도시특별회계’ 운영 역시 기재부와 국토부의 간섭으로 자율성이 크게 제한됐다. 행정수도 세종의 필수 인프라 시설인 종합운동장 건립비 지원을 둘러싼 시정부와의 갈등은 조직의 대응력 부족과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세종시정부와의 부자연스러운 협업, 기재부·국토부의 간섭 등으로 행복청의 자율성과 위상추락은 새정부 출범과 함께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이해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한 채, 조직 운영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게 불편한 진실로 꼽힌다.

지역 정치권은 행복청이 단순한 건설 행정청 수준에 머무른다면 그 존립 의미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조직의 유지를 넘어서, 세종시의 정상 건설과 자족 기능 확충을 토대로 한 ‘행정수도 세종완성’을 책임질 전략기획본부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시의 물리적 완성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산업·교육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전략기획조직으로 기능을재정립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학과 기업 유치 전략 강화, 광역교통·산업벨트·교육 공동사업 등 다자 협력 재정 자율성과 기획 기능을 갖춘 전략적 행복청으로의 전환 시도가 핵심이다.

행복청은 또 다시 격동의 시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행정수도건립청을 신설하는 법근거 마련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데 시선이 고정된다.

국회에 발의된 ‘행정수도법’ 제49조는 국토교통부 산하에 행정수도건립청을 신설하고, 행복청의 기능과 역할을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행복청은 특별법 부칙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조직 해체냐’ 아니면 ‘조직 확대냐’를 두고 긍정적 분석과 부정적 분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설사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이번 입법 시도는 행복청의 위상을 송두리째 흔드는 중대 분기점으로 보여진다.

새정부 초대 행복청장의 선제적 리더십, 정책 기획, 예산 전략이 절실한 이유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행복청이 진정으로 생존하려면,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역할을 벗어나 세종시의 경제·산업 중심 자족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전략 부처로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면서 “기업 유치와 대학 유치를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 기반 확보 등 재정적 자율성 확대 요구에 나서야 한다. 세종시와의 협업체계 재정립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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