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범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대한민국에서 통일을 두 차례나 직접 경험한 도시는 어디일까. 바로 충청남도 논산이다. 논산은 역사적으로 두 차례나 통일의 전환점이 된 도시다.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 신라 김유신 장군이 황산벌 전투에서 백제 계백 장군에게 승리하고 삼국통일의 대업을 실현한 곳이 논산이다. 이후 고려 태조 왕건도 후삼국 통일의 마지막 승부를 이곳에서 완성했다. 두 번의 통일이 시작된 도시, 논산은 단순한 전투의 공간이 아니라 통일의 상징이자 전략의 결절점이었다.

이제 논산은 과거의 기억을 딛고, ‘K-국방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 거점으로 다시 뛰고 있다. 계룡대 3군 본부, 육군훈련소, 국방대학교, 그리고 2029년 완공 예정인 국방 국가산업단지가 한 축을 이루며 논산·계룡 일대는 각 군 지휘, 병력 양성, 고등 군사 교육, 첨단 방위산업 생산까지 아우르는 국방 클러스터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안보 인프라의 집적을 넘어, 대한민국 국방 전략의 공간적 중심이 논산에 놓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변화의 중심에 건양대학교가 있다. 건양대는 K-국방산업을 선도하는 글로컬 대학으로서의 사명을 분명히 하는 이다. 지역 인재 양성을 넘어서, 국가 안보와 산업 전략을 연결하는 핵심 연결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계룡대와 국방산업단지를 연결하며 민·관·군·산·학·연 협력체계를 통해 국방 수요를 충실히 반영한 맞춤형 국방 인재를 양성한다. 또 방위산업 현장에서 실증이 필요한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의 테스트 베드 기능도 수행하며, K-방산 생태계의 신뢰성 확보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건양대는 AI, 무인체계, 사이버 안보 등 비대칭 기반의 미래 전장에 대비하는 지능형 국방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병력 중심 전력 개념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의 질적 우위 확보를 추구한다. 전략적 사고, 과학기술 이해, 국가관을 고루 갖춘 차세대 국방 리더가 바로 이곳에서 자라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충남은 통일과 안보, 산업과 교육이 어우러진 복합전략지대, 국방전략수도로 부상하고 있다. 논산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K-국방 클러스터는 충남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평화를 설계하는 전략적 좌표가 되고 있다.

과거 황산벌의 함성이 삼국을 하나로 모았듯, 오늘날 논산의 K-국방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합을 향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 논산은 통일의 기억을 넘어, 국방의 미래를 설계하는 대한민국 전략의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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