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난해부터 동절기 정비 필요성 강조
예산 조기 확보해 계절 주기 맞춰 공사
3대 하천 제기능… 통제된 교량도 없어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지속된 폭우에도 대전은 잠기지 않았다. 3대 하천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전시는 장맛비에도 침수 피해가 없었다.
갑천·유등천·대전천 모두 제 기능을 했고, 통제된 교량도 없었다.
기록적인 폭우 속에서 대전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피한 데는 하천 공사 시기를 앞당긴 예산 구조 개편이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전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세 하천 구간(총 17.9㎞)에 걸쳐 대규모 준설 및 정비 공사를 벌였다. 총 사업비는 172억원. 하상(河床)을 최대 1.5m까지 낮추고, 하천에 쌓인 모래와 자갈 등 퇴적물 56만t을 제거했다.
과거 수해 때마다 침수 피해가 반복되던 지점들이 공사 대상에 포함됐다. 유속이 느려져 물이 고이기 쉬운 구간, 하천의 흐름을 막는 하중도(하천 내 퇴적 섬)가 형성된 구간이 중심이었다.
하중도는 물 흐름을 방해해 집중호우 시 수위를 빠르게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그동안 생태계 훼손 우려로 인해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던 영역이다. 시는 2023년 수해 이후 금강유역환경청과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생태 보전과 하천 정비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하천 유속은 빨라졌고 수위 상승 여유도 생겼다. 이번 집중호우 기간(16~17일 기준) 누적 강수량은 최대 188.6㎜를 기록했지만, 산책로와 둔치는 침수되지 않았다.
핵심은 ‘공사 시점’이었다.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4~5월에나 삽을 뜨던 관행을 추경·선(先)설계 방식으로 뒤집은 것이다. 기존의 예산 편성 구조는 하천 공사처럼 계절성이 강한 사업에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었다.
연말에 본예산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회계연도 기준에 맞춰 설계를 시작하면 공사는 대부분 봄에서 여름 사이에 이뤄진다. 하지만 이 시기는 곧 장마철과 겹친다.
결과적으로 공사 시기가 집중호우와 맞물리며, 장비 투입이 늦어지고 침수 이후에야 사후 조치가 이뤄지는 구조가 반복됐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하천유지관리비 42억 원을 확보하고 3대 하천 6개 공구 16개 지점에 대한 퇴적토 정비를 진행했다. 지난해 당시 이장우 대전시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내년 우기 전 3대 하천 준설을 빠르게 완료하겠다"며 동절기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마 전에 공사를 끝내려면 언제 착공해야 하는지, 착공을 위해서는 설계가 언제 완료돼야 하는지를 기준으로 일정을 재설계했다. 이를 위해서는 본예산이 아닌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시 브리핑에서 이 시장은 "과거에는 연말 본예산에 하천 정비 예산을 편성하고, 다음 해 1~3월에 설계를 시작해 4월에야 공사가 착공되니, 장마가 시작되면 공사가 중단되기 일쑤였다"며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공사 완료 시점을 장마 이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판단했고, 추경을 활용해 예산 구조 자체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는 2023년 여름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대형 수해 이후 환경부로부터 국비 지원을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지난해 9월에 사업계획을 세운 뒤 10월에 실시설계를 마무리했다. 이후 입찰과 계약 과정을 거쳐 같은 해 12월 2일 공사를 시작했고, 지난 4월 30일 공사를 완료했다. 공사 시점이 본래보다 약 5개월 이상 앞당겨졌고, 그 효과는 장마철에 그대로 드러났다.
시 관계자는 "예산을 조기에 확보하고, 계절 주기에 맞춰 공사를 배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재난 대응"이라며 "예산은 숫자가 아니라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