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표적 혈세낭비 사례로 꼽히는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여타 지자체들의 무리한 사업추진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6일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용인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인 시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용인시민들은 잘못된 수요예측과 사업 강행으로 엄청난 예산이 들어갔다며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KOT)을 상대로 2013년 소송을 제기했었다.
우리가 이 판결에 주목하는 건 충청권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행함에 있어 용인경전철 사업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다. 용인경전철 사업은 이 전 시장의 선거공약으로 2010년 완공 뒤 개통이 지연되면서 2013년에야 운행에 들어갔다. 1조원대의 예산이 들어간 용인경전철은 개통과 동시에 막대한 적자를 냈다. 이는 용인시의 재정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잘못된 수요예측에 있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하루 이용객을 16만 명으로 예상했지만 개통 첫해 실제 이용객은 일평균 90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예측치의 5%로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용인시는 운임 수입이 수요 예측치의 90%에 미달 시 차액을 지원한다는 최소 수입 보장(MRG) 규정을 업체와 체결해 매달 메워줘야 하는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자 참다못한 시민들이 소송을 낸 것이다. 이번 판결로 이 전임시장은 수백억원을 물어내야 할 처지다. 배상금의 고하를 떠나 이제 지자체장도 시정에 예산상의 피해를 입힌 사실이 드러나면 배상이라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전국 지자체에서 유사 사업에 대한 줄 소송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선출직 단체장들이 임기 중 치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수요조사를 거쳐 사업의 적정성을 판단하는데 예측이 빗나간 적을 자주 보아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지자체들은 사업추진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겠다. 선심성 사업은 반드시 탈이 나게 돼있다. 퇴임하면 그만이라는 관행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참에 충청권 사업은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