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영 한국전력공사 보령지사장
최근 우리 일상생활 속에 AI가 급속도로 스며들고 있다. 기획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논문을 요약하는 것에서부터 SNS에 올릴 프로필 사진을 유명 애니메이션의 그림체로 바꿔주는 것까지 AI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더불어 자율주행, 초고성능 컴퓨팅 분야가 빠르게 확장되고 전기차 보급, 가상화폐 열풍과 더불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글로벌 AI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관련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선결 과제가 바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전력망 구축이다.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국내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 사용량은 2017년 약 7.5TWh에서 2023년 기준으로 울산시의 연간전력소비량에 맞먹는 약 13.5TWh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로, 여기에 필요한 전력용량은 2023년의 약 2GW 대비 25배나 늘어난 49GW에 달하는데 이러한 전력수요에 대응하려면 1000MW급 발전기를 최소 53기 이상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이러한 전력사용량 증가와 함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 발전도 전력계통 운영에 새로운 과제를 안기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처음으로 10.5%를 넘어서 사상 처음 두자리 수를 기록했으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에는 그 비중이 29.2%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처럼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이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 변동성이 매우 큰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대규모 송전망 확충과 계통 유연성 강화 없이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신규 송전망 건설 사업은 지역민의 이해와 협조 없이는 추진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전력은 주민 참여 확대, 친환경 시공 방식 도입 등 사회적 수용성 확보 노력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 사회는 AI 등 미래 산업을 통해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첨단 산업이 발전하더라도 안정적인 전력망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전력망 확충은 에너지 안보, 경제 경쟁력,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국가적 기반이 된다. 국가 산업발전의 기반인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 효율적으로 공급하느냐 하는 것은 미래의 성장을 견인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제 곧 장마철이 지나고 나면 여름철 무더위가 찾아온다. 한전 경영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하계 최대 전력수요는 100.7GW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력계통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무더위 속 전력 피크를 분산하기 위한 에너지 절약의 실천이 필요한 때다. 전력망 확보와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가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