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사 개관 10주년·국악단 창단 44주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기념행사 18일 개최
1981년 임윤수 선생 뜻 계승 국악 보급 앞장
2015년 신청사 개관 후 시민 문화 공간으로
졸장만록·1700년대 거문고 등 국악 유산 공개
임상규 감독 ‘꿈의 전설’ 공연·장사익 무대도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대전 전통예술의 상징적 공간인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하 연정국악원)이 대전문화예술단지 신청사 개관 10주년과 대전시립연정국악단(이하 연정국악단) 창단 44주년을 맞았다. 연정국악원은 국악 보급 활동에 평생을 바쳐온 국악계 원로 ‘임윤수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전통음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선도하며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저변 확대에 기여해 왔다. 특히, 전통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과 창의적인 시도로 국악의 새로운 길을 열며,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신청사 개관 10주년을 맞아 연정국악원과 연정국악단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고, 현재의 활동상과 함께 미래 비전을 심층적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연정국악원의 발자취
연정국악원은 1981년, 국악의 전통을 계승해 발전시키는 동시에 전통음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이끌어 전통문화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자 설립됐다. ‘연정’은 연정국악원 초대 원장을 지낸 임윤수 선생의 호다. 임윤수 선생은 경주 율객 최윤에게 거문고 풍류와 예악을 수학하고, 신은휴에게 거문고 정악과 산조를 배우면서 국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가야금 고악보인 ‘졸장만록’, 시집가사, 시조보 등 국악도서와 1742년에 만들어진 거문고 등 국악기를 수집했다. 그리고 1981년 일생동안 수집한 국악 관련 자료 3000여 점을 대전에 기증했다. 이처럼 임윤수 선생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0년 대전시 문화상, 1986년 KBS 국악대상, 1994년 대한민국문화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정국악원은 1990년대부터 정기공연과 찾아가는 음악회, 청소년 국악 교육 등 대중과 국악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특히 창작 국악과 퓨전 국악 등 새로운 시도도 함께 이어지며 국악의 현대화를 견인했다. 2015년에는 대전문화예술단지 내 신청사가 문을 열며 국악 보급 활동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최신 음향과 조명 시설을 갖춘 공연장은 물론 전시실과 연습실, 국악 체험공간까지 갖춰 연정국악원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 거점이자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해 정식 명칭을 ‘대전시립연정국악원’으로 변경하면서 초대 원장 임윤수 선생의 정신을 본격적으로 계승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연정국악원은 전통에 기반을 두되, 시대에 발맞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국악의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최근에는 전통과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융복합 공연, 해외 교류공연, 국악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통예술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연정국악단은 1983년 창단돼 전통문화예술의 보존과 육성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궁중음악과 민속음악, 궁중무용과 민속무용 등 전통 음악 전반을 아우르며, 국악관현악과 실내악 등 창작음악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무대를 선보여왔다. 나아가 정기공연과 청소년 대상 교육 공연, 찾아가는 음악회 등를 통해 지역사회와 국악의 접점을 넓혀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연정국악단은 앞으로도 전통의 창조적 계승과 수준 높은 연주로 한국음악의 지평을 더욱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신청사 개관·국악단 창단 기념 행사
오는 연정국악원 18일 신청사 개관 10주년과 대전시립연정국악단 개원 44주년 기념행사와 공연이 개최된다. 먼저 1부에서는 대전문화예술단지 내 국악원 로비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연정국악원의 옛 청사 전경과 공연 장면, 홍보물 등을 담은 사진 16점이 전시돼 국악원의 지난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다. 대전시 문화유산 지정이 예고된 우리나라 현존 최고(最古)의 가야금 악보 ‘졸장만록’과 1700년대 제작으로 추정되는 거문고도 시민에게 공개된다. 또한 ‘한국의 잭슨 폴락’이라 불리는 이성근 화백의 드로잉 퍼포먼스가 펼쳐지며, 국악진흥법 제정 이후 첫 시행된 ‘국악의 날’을 기념해 국악 발전에 기여한 유공시민에 대한 표창도 수여될 예정이다.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진행되는 2부 공연은 전통과 현대, 지역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깊이 있는 무대로 펼쳐진다. 이 공연은 지난 3월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 취임한 임상규 감독의 공식 데뷔 무대기도 하다. 공공연의 서막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제례악 일부가 연주된다. 종묘제례는 나라와 백성이 평화롭기를 기원하는 축제적 성격의 의례로, 종묘제례를 지낼 때 연주하는 음악을 종묘제례악이라고 한다. 공연에서는 조선 건국과 안정에 힘쓴 역대 왕들의 문덕(文德)을 기리는 ‘보태평’과 조선 건국 이후 외적과 맞서 공을 세운 선왕들의 무공을 칭송하는 정대업의 일부를 선보인다. 종묘제례악 속 태평성대의 염원처럼 대전 시민의 안녕과 지역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는 예술적 선언으로 울려 퍼질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이어 조선 후기 선비들의 풍류방 음악으로 전승된 곡 ‘천년만세’ 중 ‘계면가락도드리’와 ‘양청도드리’가 연주된다. 이 무대에는 연정국악단을 거쳐 간 전 단원이 함께 참여해 국악원의 역사와 공동체적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선사한다. 또, 임상규 예술감독의 창작 국악관현악곡 ‘꿈의 전설’도 주목할 만한 무대다. 이 곡은 유토피아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여정 속 삶의 고통과 치유, 회복의 과정을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꿈의 전설은 청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공감과 위로,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향한 예술적 선언으로 대전 시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전통 성악의 장르도 선보인다. 여창가곡 계면 평롱 ‘북두칠성’은 국악관현악으로 재해석돼 절제된 애틋함을 전하며, 노래 ‘들국화’는 가야금 병창의 정서를 담아 관현악과 어우러질 예정이다. 황호준 작곡의 ‘몽금포 가는 길’은 일제강점기 만주로 떠났던 독립군이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서사적으로 풀어내며,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는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전달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예정이다. 무용 무대도 화려하게 펼쳐진다. 머리에 꽃관을 쓰고 봄의 생명력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창작무용 ‘화관무’, 통일신라 처용설화를 바탕으로 악귀를 쫓는 궁중무용 ‘처용무’가 무대에 오른다. 또 부채를 이용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부채춤’이 한국 무용의 생동감을 전달한다. 이날 공연에는 소리꾼 장사익이 특별 출연한다. ‘티끌 같은 세상 이슬 같은 인생’, ‘찔레꽃’, ‘봄날은 간다’ 등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그의 대표곡들이 국악관현악과 함께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의 대미는 사물놀이와 국악관현악이 만난 협주곡 ‘신모듬’ 중 제3악장 ‘놀이’가 장식한다. 역동적이고 흥겨운 판굿 형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을 통해 공연은 관객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