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생원 글샘문학회]
문학활동모임 2013년 출범
매달 글감 정하고 자작시 써
꾸준한 활동 시집 6권 출간
“있는 그대로의 감정 존중”
[충청투데이 박병훈 기자] 옥천군의 한 정신요양시설에서 글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치유의 시간을 갖는 문학 프로그램이 10여 년째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인공은 정신요양시설인 영생원글샘문학회다.
글샘문학회는 2013년 영생원 내부 프로그램으로 출범한 문학 활동 모임이다.
이곳은 정신장애인 생활시설로 생활인 대부분이 감정 표현이나 자기표현 능력이 낮은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2010년 시작한 한글 프로그램이 출발점이 됐다.
글을 몰랐던 대상자에게는 한글 교육을, 인지력이 있는 참여자에게는 받아쓰기·속담·일기쓰기 등 다양한 형태로 글쓰기를 접할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 2012년 이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나에게 쓰는 편지라는 첫 문집을 발간한데 이어 이듬해 글샘문학회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창작활동을 이어오며 지금까지 총 6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대표적인 출간물로는 △우리들의 행복한 세상(2016) △조심스레, 당신에게 보여주다(2018) △서로 물들다(2020) △서로에게 길들여질 때까지(2021) △서로 사랑愛 빠지다(2022) 등이 있다.
글샘문학회는 매달 1회 도서관에서 글감을 정하고 자작시를 쓰는 시간을 갖는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삶속 경험과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며 이를 통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 가고 있다.
한 참여자는 "글을 쓰면서 나도 몰랐던 내 감정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며 "내 안의 분노를 글로 풀어내고 미움을 덜어내니 용서의 마음도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학회는 독립된 회장을 두기보다는 영생원 담당자가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옥천군 문인협회와 협력해 전문적인 글쓰기 지도가 병행됐다.
자원봉사 형태보다는 영생원 내 자립 프로그램의 일부로 운영되며 그만큼 참여자의 삶에 밀착된 진정성 있는 활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생원 글샘문학회 담당자는 "글이라는 것은 남과 비교되거나 평가받을 때 오히려 상처가 되지만 글샘문학회는 잘 쓴 글보다 진심이 담긴 글을 소중히 여긴다"며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존중받는 경험이 참여자에게 큰 의미가 된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도 남다르다. 참여자 중 1명 이상이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다.
또한 전국 문학관 탐방을 통해 문학적 시야를 넓히고 출간된 시집 중 일부 작품을 선정해 전국 정신장애인 시설에서 필사할 수 있도록 별도의 도서를 제작·배포할 예정이다.
글샘문학회는 문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마음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이들이 글을 통해 치유받고, 성장하는 공간이다. 그 자리에 ‘글샘’이라는 이름의 작은 문학의 우물이 고요히 그러나 깊게 흐르고 있다.
옥천=박병훈 기자 pbh0508@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