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준 충남 논산·계룡 담당 국장

김흥준 논산·계룡 담당 국장
김흥준 논산·계룡 담당 국장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기후 위기 시대, 말뿐인 친환경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실천 없는 정책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충남 논산시와 충북 제천시가 보여준 ‘다회용기 사용 캠페인’은 지방정부가 환경 문제 해결의 실질적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지난 23일부터 1박 2일간 제천 청풍리조트에서 열린 ‘적극행정 워크숍’은 단순한 공무원 교육이 아니었다. 논산시와 제천시는 임용 5년 이내의 저연차 공무원 50명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사용 캠페인을 전개하며, 공직이 어떻게 현장에서 변화를 이끌 수 있는지를 실천으로 증명했다.

캠페인에서 청년 공무원들은 피켓을 들고 “1회용품 OUT! 다회용기 IN!”을 외쳤다.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다. 축제, 회의, 일상 행정에 다회용기를 도입해온 논산시는 이미 강경젓갈축제와 논산딸기축제에서 1회용품 사용을 대폭 줄이며 실질적 성과를 입증해왔다. 이제 그 실천을 다른 지자체와 공유하고, 협력의 길로 나아간 것이다.

이제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다른 지자체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직도 수많은 지역축제와 공공행사에서 1회용품은 아무렇지 않게 사용된다. “예산이 없다”, “불편하다”는 변명 뒤에 숨어서 환경 보호를 미룬 채, 구호만 외치는 ‘정책 쇼’가 반복된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논산과 제천의 실천은 다른 지자체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 하며, 행정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시민의 참여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선일 논산시 주무관은 “소소한 실천이 지구를 지키는 첫걸음”이라며, 제도적 지원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제천시도 자원순환과 실무진이 직접 나서 정책 협력에 동참했다. 두 도시가 진행한 상징적 퍼포먼스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공공이 앞장서겠다’는 선언이다.

백성현 논산시장은 “청년 공무원이 정책의 주체가 돼 실천한 경험”이라며, 다회용기 문화를 시정 전반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실천은 보여주기식 환경 캠페인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 중심에 ‘지방정부 간 연대’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지방정부는 더 이상 환경정책의 전달자에 머물러선 안 된다. 중앙정부가 못하는 일, 시장이 외면하는 일, 바로 그 틈을 지자체가 메워야 한다. 논산과 제천의 사례는 ‘작은 변화’가 ‘구체적 정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다른 지역이 응답할 차례다. 기후 위기는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대응해야 하며, 그 책임은 바로 가장 가까운 행정인 지방정부에 있다. 논산과 제천이 보여준 이 작은 실천이, 전국 곳곳의 큰 변화를 이끌어내길 기대한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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