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년보다 이르게 시작된 장마철 집중호우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갈수록 극단적인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기상 상황이 또다시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 제주를 필두로 시작된 장마전선이 세력을 넓히면서 충청권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일단 호우특보는 모두 해제됐지만 지난 나흘간 충남 청양과 부여의 누적 강수량이 각각 194mm와 184.5mm에 달하는 등 집중호우의 기세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번 비로 충남 공주에서는 공영주차장을 받치던 옹벽이 무너져 내리는 등 전국적으로 총 500건이 넘는 비 피해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비 피해로 인해 3년 연속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바 있는 부여에서는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돼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부여군은 지난해 장마철 집중호우로 도로사면유실과 토사 유출, 제방 붕괴 등 많은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주요 문화재도 피해를 입었고 1300㏊가 넘는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기 전 또다시 피해가 발생하는 악순환 우려가 크다.
변화하는 기상이변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완전히 차단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취약지를 사전 점검하고 보강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면 더 큰 피해는 줄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일주일여 만인 지난 12일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빗물받이 관리 등을 점검한 바 있다. 하지만 전국 도로변에 설치된 빗물받이 중 지난달까지 한 차례 이상 청소 및 점검을 마친 곳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 피해가 잦은 충남의 경우 빋물받이 청소 및 점검률이 10% 수준으로 나타나가 걱적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한 지역이 3년 연속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점은 비 피해가 우연이 아니라 일상화되고 있는 재난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땜질식 대응이나 임시 보강 수준으로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지자체 등 행정당국이 취약지를 점검하고 배수 시설을 보강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잘 안다. 하지만 박복적인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빗물받이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다. 올해 또다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말이다.
